이별 고한 CJ 엔투스와 ‘샤이’ 박상면... 저무는 1세대

이별 고한 CJ 엔투스와 ‘샤이’ 박상면... 저무는 1세대

이별 고한 CJ 엔투스와 ‘샤이’ 박상면... 저무는 1세대

기사승인 2017-12-06 16:44:26

우직함의 상징이었던 1세대 프로게이머 ‘샤이’ 박상면이 지난 5일 밤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멤버 중 현역은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유일하다. 형제팀 블레이즈 멤버 역시 ‘플레임’ 이호종과 ‘앰비션’ 강찬용 뿐이다. 국내 첫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였던 인비테이셔널이 개막한 지 어언 6년, 프로게이머 1세대가 황혼을 맞이했다.

박상면의 친정팀 CJ 엔투스 역시 해체설에 휩싸였다. 지난 11월 소속 선수 및 코칭스태프 전원과 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차기 챌린저스 코리아 불참 의사를 밝혔다. CJ 측은 재운영의 여지를 남겨놨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해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적어도 오는 2018 스프링 시즌에는 그 어디에서도 CJ 엔투스란 팀명을 찾아볼 수 없다.

▶ 1세대 최고 인기팀이었던 아주부 프로스트·블레이즈

CJ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시장에서 최초로 대형 팬덤을 보유했던 인기팀이었다. 2012년 아마추어팀 거품게임단의 주력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이듬해 2월 아주부 프로스트·블레이즈를 인수한 다음부터였다.

당시 프로스트는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우승과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준우승을, 블레이즈는 롤챔스 스프링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껏 주가가 올라있던 상태였다. CJ는 이들의 팬덤을 흡수하면서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실력과 인기,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프로스트·블레이즈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CJ로 인수된 후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프로스트는 4강 진출이, 블레이즈는 준우승이 CJ 소속으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롤드컵 본선 무대역시 밟지 못했다.

▶ 새 e스포츠 종목의 개척자들, 현역에서 물러나다

2013년을 기점으로 MVP 오존(現 삼성 갤럭시의 모태)·SK텔레콤 T1 K 등 차세대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CJ 형제팀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은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순차적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2013년 3월 탑라이너와 원거리 딜러 역할을 수행했던 ‘웅’ 장건웅이 먼저 팀에서 나갔고, 이어 10월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정글러 ‘클라우드템플러’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미드라이너 ‘래피드스타(빠른별)’ 정민성마저 2014년 1월 은퇴를 선언하면서 아주부 프로스트의 유산은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만 남았다.

블레이즈도 비슷한 시기 과도기를 맞이했다. 탑라이너 ‘플레임’ 이호종과 미드라이너 ‘앰비션’ 강찬용을 제외한 주전 멤버가 모두 바뀌었다. 정글러 ‘헬리오스’ 신동진은 2013년 형제팀 프로스트로 이적했고, 바텀 듀오 ‘캡틴잭’ 강형우와 ‘러스트보이’ 함장식도 이듬해 팀을 떠났다.

▶ 단일팀 CJ,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다

2015년 단일팀 체제가 도입되면서 CJ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블레이즈 소속이었던 ‘플레임’ 이호종, ‘데이드림’ 강경민, ‘엠퍼러’ 김진현, ‘건자’ 정건희가 팀을 떠났고, 프로스트에서는 정글러 ‘스위프트’ 백다훈이 중국으로 이적했다.

블레이즈 멤버 중 유일하게 잔류를 택한 ‘앰비션’ 강찬용이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자연스레 ‘샤이’ 박상면, ‘코코’ 신진영, ‘스페이스’ 선호산, ‘매드라이프’ 홍민기를 동반한 5인 로스터가 완성됐다.

2015년 CJ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스프링·서머 정규 시즌에 3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이어지는 롤드컵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에게 석패해 롤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 케스파컵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 투자 규모 대폭 축소 그리고 강등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듬해인 2016년 CJ는 게임단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앰비션’ 강찬용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삼성 갤럭시로 떠나고, ‘코코’ 신진영이 롱주 게이밍으로 이적하고, ‘스페이스’ 선호산이 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CJ의 선택은 대체 선수 영입이 아닌 신인 육성이었다.

CJ는 ‘운타라’ 박의진, ‘버블링’ 박준형, ‘하루’ 강민승, ‘스카이’ 김하늘, ‘크레이머’ 하종훈 등 막 프로게이머로서 첫걸음마를 뗀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웠다. 여기에 기존 연습생이었던 ‘비디디’ 곽보성과 ‘고스트’ 장용준만 로스터에 추가했다.

제 아무리 촉망받는 유망주라고 해도, 충분한 경험 없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2016년 스프링·서머 스플릿에서 8위와 10위를 기록한 이들은 곧 승격강등전을 치렀고, ESC 에버(現 bbq 올리버스) 등에게 덜미를 잡혀 챌린저스 리그로 강등됐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를 비롯한 선수단 전원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팀의 정체성과 같았던 프로스트·블레이즈와 완전히 작별했다.

▶ 마지막 기회였던 2017년, 그러나…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리그에 강등된 CJ는 롤챔스 출신 선수 ‘윙드’ 박태진과 ‘퓨어’ 김진선을 영입해 재차 롤챔스 승격을 노렸다. 이들은 챌린저스 스프링·서머에 연승가도를 이어가며 각각 2위 및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또 승강전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스프링 시즌 직후 승강전에는 에버8 위너스에게, 서머 직후에는 bbq 올리버스에게 패해 승격이 좌절됐다. 3시즌 연속 챌린저스 리그 잔류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CJ는 최근 케스파컵 및 차기 시즌 챌린저스 리그 불참을 통보했다.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택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역사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선수와 팀이 그렇게 떠났다. 다사다난했던 2017시즌은 1세대의 황혼기이기도 했던 셈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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