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조편성… 체력·기술·전술·심리 등에서 앞서는 팀 하나도 없어
-스웨덴, ‘제발 만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체력·체격 우위뿐 아니라 스타도 즐비
-멕시코, 그나마 견주어 볼 만… 98년 하석주 퇴장 안 당했으면 대등했을 것
-독일, 산술적으로 승점 제로로 봐야
-히딩크 훈련의 핵심은 전력질주 후 체력 회복시간 줄이는 것… 지금의 축구팀에 절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20% 미만이라고 내다봤다. 이 마저도 과학적인 체력 훈련이 병행되지 않으면 더욱 떨어질 거라는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11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 교수는 “역대 최악의 조추첨 결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력의 4개 축은 체력, 기술, 전술, 심리적 요인이다.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세 팀과 비교해 어느 하나 만만하게 보거나 앞서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히딩크 감독 때와 같이 한국축구는 체력 강화가 최우선이다”라면서 “신태용 감독이 잘 하려면 체력 훈련에 대한 집중훈련과 과학적인 방법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분석이 최근 매우 강조되고 있다. 이 역시 과학적인 기법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틀 전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대2 무승부에 대해 “축구는 70분 경기가 아니다. 경기 내내 한 치의 허점도 드러내지 않는 투철하고 강인한 투쟁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월드컵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고 꼬집었다.
이날 영하 7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였지만 신 교수는 한강에 나가 심호흡했다. 그는 “축구인은 심장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내일(12일) 진행되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국과 북한의 2차전 경기에서 SPOTV 해설위원으로 중계에 나선다.
아래는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Q. 조추첨 결과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지금까지 월드컵 조추첨 중 최악의 편성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피파랭킹이 떨어지면서 포트4로 편성됐다. 그 결과 약팀을 선택할 수 없는 결과로 연결됐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 중 어느 한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Q.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대학교에서 통계를 다룬다. 경기력의 여러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돌려보면 상당히 박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세계 축구계에서 F조를 분석할 때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에 갈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보는데, 이에 동의한다.
경기력의 가장 중요한 4개 축이 있다. 체력, 기술, 전술, 심리적 요인이다. 이 4가지 요인을 결합한 것이 경기력이라고 한다면 한국을 상대하는 3팀과 비교해서 어느 하나 상대팀을 만만하게 보거나 앞서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축구는 이런 통계치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8:2정도의 일방적인 열세에도 이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축구에선 ‘기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다른 종목보다 축구장이 넓고 많은 선수들이 뛴다. 한국 축구에 기적을 기대한다면 한국 대표팀은 기술이나 전술, 이 부분에서 떨어지더라도 강인한 체력과 심리적 요인이 받쳐주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심리적 요인은 90분 동안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투혼을 발휘하는 거다.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팬들로부터 냉소적인 평가를 받았던 중심에는 전술의 안정성이나 선수들의 기량을 떠나서 사실 경기 때마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투혼이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컵 가는 과정에서 한국 대표팀은 훈련 기간 동안 강인한 체력 보강과 최선을 다 하는 투혼을 그 어느 때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Q.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도 정신력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축구는 70분 경기가 아니다. 90분 경기다. 경기는 잘 안 될 때, 잘 될 때, 그리고 체력이 떨어져서 힘들 때가 있다. 중국과의 경기는 3가지 축에서 이뤄졌다. 전반 10분 동안 슈팅을 하나를 기록할 정도로 몰렸고, 첫 골을 내줬다. 이후 2대1 역전을 시키긴 했지만 후반전 접어들면서 리피 감독이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면서 김신욱을 고립시켰고 상대가 오히려 우리보다 더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체력전을 벌였다. 거기에 휘말리면서 공수 간격이 벌어지고 템포도 전반 대비 떨어졌다.
결국 2대2로 비겼다. 70분 이후 한국의 3선이 무너졌다. 경기력이 떨어진 것뿐만 아니라 체력도 떨어졌다. 조기 소집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체력 사이클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가 되짚어봐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가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은 강인한 체력이다. 또한 한 치의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투철하고 강인한 투쟁심이다. 이 두 가지를 준비하지 않으면 객관적 전력에서 떨어지는 한국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
Q. 조별리그 상대팀별 간략한 분석을 바란다.
1. 스웨덴
=스웨덴은 피파랭킹 18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뛰어나다. 과거의 전적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강하다. 1958년엔 월드컵 준우승 전력도 있다.
12년 만에 월드컵에 올라왔다. 이 때문에 간절함이 있다. 유럽 플레이오프를 관심 깊게 봤다. 결국 스웨덴이 이태리의 강한 수비를 압도했다. 힘과 조직력, 투쟁심을 보고 속으로 ‘저 팀은 제발 우리 조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조가 되어버렸다.
저는 월드컵 5번 중계하면서 스웨덴을 계속 봤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큰 신장을 지녔다. 네덜란드와 함께 스웨덴을 꼽을 수 있다. 그만큼 체격적 요인이 뛰어나고 체력적으로도 유럽 최고의 선수들이다. 맨유에 있는 린델로프와 분대스리가 라이프치히 돌풍을 이끌고 있는 에밀 포르스베리 등 유럽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돼있다.
더 큰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존재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부상 때문에 그간 공백이 있었는데 어제 맨시티 경기에서 교체 투입됐다. 대표 선수로는 은퇴했지만 컨디션이 상승곡선을 그리면 대표팀 복귀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2. 멕시코
=멕시코는 피파랭킹에서 스웨덴보다 4계단 위에 있다. 멕시코는 북중미 강호 팀으로 늘 얘기할 수 있다. 월드컵뿐 아니라 컨페더레이션스컵 등에서 늘 상위권을 기록한다.
그러나 오히려 스웨덴보다 상대하기가 다소 편하다.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전적은 6승2무4패지만 한국만 만나면 힘을 못 쓰는 것을 거꾸로 대입하는 거다.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에 뛰고 있는 치차리토는 기동력이나 골 결정력에서 세계적인 선수지만 체격적인 부분에서 한국이 해 볼 만한 선수다.
우리나라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하석주 선수가 한 골 넣고 백태클 해서 퇴장당한 뒤 3대1로 역전패한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흔들린 게 컸다. 백태클은 98 월드컵 때 가장 강하게 처벌받는 요인이었는데 한국이 정보에서 뒤졌다. 하석주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블랑코가 왼쪽에서 농락할 그 당시 제가 ‘아 또 저 짓이군요’하면서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멕시코 선수는 개인 기량은 남미 선수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멕시코는 북중미 강호다. 멕시코가 센터백이 장신이 보강되고 세대교체도 성공했다. 그러나 전체 대륙으로 보면 북중미 팀에는 한국이 견주어볼만하다. 독일, 스웨덴보다 기적과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이다.
3. 독일
=독일은 어떤 스쿼드를 짜든 세계 최고다. 지난번 컨페드에서 우승할 때도 세대교체를 한 것처럼 선수를 구성했는데도 우승했다. 그만큼 주전과 벤치 사이에 갭이 없다. 경기력에 편차가 없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결승전에 갈 때까지 스쿼드가 두터워서 안정적이었다.
예선 3번째 경기 때는 독일이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두 경기에서 원하는 승점을 얻으면 후보 선수를 대거 내보낼 수 있다. 그래도 스웨덴, 멕시코보다도 강할 것이다.
메수스 외질, 드락슬러, 크로스 등 미드필더가 많다. 수비와 공격에서도 파괴력이 있다. 앞서 승점 계산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독일의 거친 플레이, 특히 후보 선수들이 주전으로 도약하겠다는 열정으로 경기에 임하면 고전할 수 있다.
독일과의 경기는 산술적으로 승점 제로라고 보고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승점 벌기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둘에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Q.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신태용 감독은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위험한 얘기다. 상대 전력이 두 세수 위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공격 빈도가 당연히 떨어진다.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을 해야 한다.
이런 전술을 수행하려면 최전방 선수는 빨라야 한다. 미드필더에서도 전방에 빠르게 연결해야 한다. 90분 동안 수비를 하면서 견고하게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형성하려면 상대보다 더 뛸 수 있는 뛰어난 체력의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나이든 선수를 할 수 없이 선발하더라도 젊은 선수 못지않게 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중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종반 이후에 체력적으로 드러난 문제가 있다. 일부 선수 이름까지 호명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지적했다. 선수 스스로가 판단하고, 지도자도 선수와 미팅을 통해 체력 지수에 대한 것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전 히딩크 감독이 얘기했듯 한국 축구는 체력 강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싶다. 2002년 히딩크 파워 프로그램의 실체는 전력질주 후 체력 회복시간을 줄이는 것에 있다. 신 감독은 전략 전술을 잘 하려면 체력 훈련에 대한 집중 훈련과 과학적인 방법을 접목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경기를 잘 분석하면 틀림없이 상대에 대해 대응하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는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도 4가지 요인 못지않게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경기분석에 있어서 대표팀은 과학적인 기법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