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건이는 당시 전북대병원에 수술방이 없어서, 또는 의사나 시스템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이 학회에 간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병원에 지원금이 나가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지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한 ‘민건이 사건’ 관계자의 말이다. 당시 2살이었던 민건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전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지만 치료받지 못하고 타 대학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했다.
지난 11일 국회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된 ‘권역외상센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권역외상센터에 산재한 문제점과 해결과제가 지적됐다.
최근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하면서 권역외상센터는 사회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200억 가량 증액, 다방면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면밀한 관리·감독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추가적 지원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건이’ 아버지를 대신해 자리에 나왔다는 이 관계자는 “당시 전북대병원 의사들은 사고 전화를 받은 후에도 식사를 하고 학회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권역외상센터가 이슈가 됐다고 이런 병원에 추가 지원금이 나간다는 자체가 이해 안 간다. 은폐됐던 부분을 재조사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 등이 요구됐다. 허윤정 아주대 의대 교수는 “정부위탁 지정사업에 대한 수탁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책임성이 부족하다”며 “현재 수탁 사업을 잘하지 못한 의료기관이 또 다시 지정받고 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증외상환자가 중증외상센터로 적절하게 이송되도록 시스템 검토 및 홍보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허 교수는 “사고가 난 시점으로부터 30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은 30.5% 수준이다. 이는 2007년 미국(2.4%)의 예방 가능 외상사망률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됐느냐를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병원 전원율이 높을수록 환자 생존율이 낮아진다”며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전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희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최근 중증외상센터가 연일 언론에 뜨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라며 역할분담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 동안 정부는 외상센터의 인프라를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홍보에는 소홀했다”며 “응급센터에 가야하는 사람, 중증외상센터에 가야할 사람이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고, 국민들이 이 기준을 모른다면 이송에 지체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위원는 “운영되고 있는 외상센터에 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이용한 환자들의 평가 등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향후 권역외상센터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진영주 복지부 응급의학과장은 “외상환자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기본 방향성을 바탕으로 외상환자는 양질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외상진료 의료진은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환자 흐름 관련해서는 소방청과 공동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이송지침을 검토할 생각이다. 또 외상정책을 계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고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 과장은 “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되 질 관리에도 신경쓰겠다”며 “적절한 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와 디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제대로 운영이 안 될 경우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