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미숙아 사망원인은 패혈증? 병원 과실 가능성 제기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사망원인은 패혈증? 병원 과실 가능성 제기

사망 미숙아 3명, 동일종 그람 음성균 발견될 경우 병원 과실 가능성 높아져

기사승인 2017-12-18 14:01:41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망원인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에 대해 세균 배양검사에 착수한 결과 사망한 신생아들에게서 나온 세균 균종이 '그람 음성균'이라고 밝혔다.

세균은 크게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뉜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주로 감염된다. 대표적인 그람 음성균은 녹농균, 대장균 등이다. 3 명의 사망 환아에게서 같은 종류의 세균이 발생할 경우 병원 과실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그람 음성균 종류가 방대하기 때문에 향후  최종배양결과를 확인해야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람 음성균이 나타났다는 것은 패혈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최종 배양 결과 3명의 아이에게서 동일한 균이 나온다면 병원 측의 과실을 따져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패혈증이 같은 날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 때 수액, 주사약 등 침습성 도구로 동일한 원인균이 투입돼 나타난 감염인지 확인해야 한다. 패혈성으로 인한 쇼크라면 상태가 나빠지고 한 두시간 내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원인균이 세 아이에게서 각각 다른 균이 나왔을 경우에는 각기 다른 감염경로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화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람 양성균이 나타났다고 해서 사망원인을 추정하기에는 무리" 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람 양성균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최종배양결과가 나오고 나야 사망원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염 자체는 주요 원인이라기 보다는 부가적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인재'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동시에 패혈증이 발생해서 사망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며 "가능성이 낮고 이례적인 일이라 어떤 실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4명의 사망원인에 대해  감염, 호흡기 질환등을 추정했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도 의심해볼 수있다. 다만 이대목동병원 측은 감염 가능성은 부인한 바 있다.

또 폐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 중에 폐렴 질환이 생겼을 수 있다. 이른둥이들은 재태 기간이 짧아 폐 성숙이 덜 돼있어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

지난해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에서도 이른둥이들의 재입원 원인 중 호흡기 감염(37.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수술(18.1%), 호흡기 외 감염(14.5%), 성장부진 및 영양 문제(3.9%) 순으로 나타났다. 퇴원 후 응급실을 찾는 경우에도 호흡기 관련 질환(59.9%)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괴사성 장염'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괴사성 장염은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아이의 장 점막에 무리가 와 천공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때 급성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 있다.

의료진들은 미숙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일반적이지 않다면서도 쉽사리 원인을 추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여러 가지 사망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족들은  미숙아들이 당시 배가 볼록하고 호흡이 일정치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미숙아란 37주 미만으로 출생한 신생아, 몸무게가 2.5kg 이하로 태어난 저체중아를 말한다.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르기도 한다.출생체중 기준으로는 2.5㎏ 이하인 경우 저체중출생아, 1.5㎏ 미만은 극소저체중출생아, 1㎏ 미만은 초극소저체중출생아다.

최근 만혼 등으로 이른둥이 출산율은 계속 증가 추세다. 2004년 이른둥이 출생아 수는 2만 1749명이었는데 2007년에는 2만5286명, 2011년에는 2만8097명으로 늘었고 2015년에는 3만408명에 달했다.

이른둥이는 만삭아와 달리 신체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채 태어나기 때문에 먼역 기능이 떨어져 각종 감염 등이 발생하기 쉽고, 신체장기 발달이 미숙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종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른둥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저혈당증, 뇌출혈, 이른둥이 망막증, 신부전, 신생아 패혈증, 빈혈, 체온조절 미숙 등이다.

이날 오전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양천구보건소는 해당 신생아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부검에 착수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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