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랫폼 합종연횡에 불안한 ‘누구’·‘기가지니’

AI 플랫폼 합종연횡에 불안한 ‘누구’·‘기가지니’

기사승인 2017-12-19 05:00:00


스마트 스피커 등 사용이 늘고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경쟁에서 주요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선발주자인 SK텔레콤 ‘누구’와 KT ‘기가지니’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9월 카카오는 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와 삼성전자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의 연동 계획을 밝혔다. 이어 10월에는 삼성전자 가전제품까지 연동해 양사 공동의 스마트 가전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빅스비라는 자체 AI 음성인식 플랫폼을 갖춘 두 회사의 공동전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사의 협업은 스마트폰 앱과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을 음성으로 구동하는 데 최적화된 빅스비와 ‘카카오톡’ 메신저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 아이의 결합으로 보다 폭넓고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에는 LG전자가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씽큐허브’를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LG전자의 IoT 가전제품에 클로바의 서비스가 접목된 결과물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18일 LG유플러스와 네이버도 ‘유플러스 우리집 AI’를 내놓고 홈 IoT 공동 구축을 선언했다. 네이버의 클로바 기반 ‘프렌즈 플러스’ 스피커와 LG유플러스의 IPTV 셋톱박스를 결합해 자연어 음성 콘텐츠 검색부터 언어, 교육 등 기능을 갖춘 솔루션으로 선보였다.

자체 AI·음성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왔지만 ‘구글 어시스턴트’ 외에 소비자 서비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던 LG전자와 아직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지 못한 LG유플러스가 네이버의 신경망 번역, 지식검색 데이터베이스, 음성인식·합성 기술을 지원하는 클로바로 무장한 것이다.

이처럼 포털부터 메신저 등 다양한 서비스와 지식·자연어 빅데이터를 보유한 인터넷 기업의 AI 플랫폼이 주요 가전제품이나 통신사 IPTV·IoT에 접목되면서 활용 범위가 넓어져, 먼저 시장에 진출한 SK텔레콤과 KT는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스마트 스피커 형태로 AI 플랫폼 누구를 소비자에 선보였으며 최근 ‘누구 미니’ 등 후속 제품까지 출시하며 40만대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최근에는 기존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 키즈폰 등에 적용됐으며 다운로드 800만을 기록한 T맵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KT 역시 올해 1월 IPTV 셋톱박스 형태의 스파트 스피커 기가지니를 선보이고 최근 통신 기능을 탑재한 ‘기가지니 LTE’까지 후속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IPTV 가입자를 중심으로 보급해 국내 스마트 스피커 제품으로는 가장 많은 50만 가입자를 바라보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와 KT 기가지니 모두 기본적으로 음원,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분야 사업자들과 개방된 협업 체계를 갖춘다는 전략이지만, 자체 AI 플랫폼 중심으로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카카오 등의 협업 사례와 차이가 있다.

AI 전략을 위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신설된 ‘AI리서치센터’와 명칭이 바뀐 ‘ICT기술원’이 각각 AI 연구개발(R&D)과 사업 기술지원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KT는 기존 ‘기가지니사업단’이 명칭 변경한 ‘AI사업단’과 ‘AI테크센터’가 견인차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와 손잡은 LG유플러스의 경우 기존 AI서비스사업부를 CEO 직속 AI사업부로 격상하면서 힘을 실어주면서도 ‘제휴 전략’에 무게를 두는 다른 길을 택했다. 후발주자로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면서도 자체 플랫폼에 연연하지 않고 서비스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AI 생태계의 기본 전략이 개방인 만큼, 네이버 등이 다른 기업과의 협업에도 폐쇄적이지 않겠지만 SK텔레콤과 KT는 자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해온 만큼 방향 전환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KT는 각각 누구와 기가지니의 서비스 범위 확장을 위해 유통, 금융 등 업계와의 개방적 협업은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맺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른 판도 변화로, SK텔레콤은 누구 출시 초기 ‘멜론’ 음원 서비스를 주요 기능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모회사 카카오가 카카오 아이에 멜론 음악 추천 등 최적화 서비스를 적용하자 경쟁우위 확보가 어려워졌다.

SK텔레콤 등은 오히려 카카오톡 메신저와 같은 기능을 선호하는 이용자 이탈을 우려할 입장이 됐으며, 홈 IoT 가입자 100만을 보유한 LG유플러스를 통해 판로를 확보한 네이버 역시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누구 등 판매량을 봐도 AI 시장은 아직 성장 중인 블루오션”이라며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은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라 입지가 좁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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