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왔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왔나

의료계와 이견으로 정책 속도 더뎌져…건보공단·심평원 등 세부 실행계획 마련 중

기사승인 2018-01-10 00:05:00
지난해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미용·성형 등을 제외하고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던 3800여개의 비급여를 진료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30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방법은 예비급여 등을 통해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3대 비급여를 없애거나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시킨다는 방침이다. 

연도별 해소계획을 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노인·아동·여성 등 취약계층(신경인지기능검사,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 등)를 해소하고, 2019년에는 만성·중증질환 관련(로봇수술, 만성질환 교육상담료 등), 2020년 안과질환 및 기타 중증질환(백내장 계측검사, 폐렴균·HIV 현장검사 등), 2021년부터 2022년 척추·통증치료(대뇌운동피질자극술 등)에 대해 등재 비급여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또 MRI·초음파는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해소키로 했다. 약제의 경우 현재의 선별등재(positive) 방식을 유지하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보장성 강화정책의 발표이후 변화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지난해 10월부터 중증치매환자에 대한 의료비(20~60%에서 10%) 및 15세 이하 아동 입원의료비(10~20%에서 5%) 부담이 완화됐고, 65세 이상 노인의 틀니 본인부담도 2017년 11월부터 완화됐다. 반면 복부초음파의 경우 지난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로 미뤄졌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복부초음파 급여의 경우 의료계와 협의 중이다. 만성간질환 초음파를 상복부까지 확대키로 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급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초음파 분야는 2020년까지 급여를 할 계획인데 의료계와 논의를 거쳐 급여 순위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에는 가장 먼저 선택진료비가 전면 폐지됐다. 의료기관의 손실에 대해서는 저평가되어 있는 수가 인상 조정, 의료질평가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보상할 계획이다. 또 재난적의료비 시범사업이 기존 중증질환에서 전체 질환으로 확대되며 지원 대상도 1만5000명에서 8만여명으로 늘게 된다.

본인부담상한제도 개선됐다. 소득하위 50%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비 상한액이 연소득의 약 10% 수준으로 낮아져 연간 40~50만원의 의료비가 줄고, 올해 약 34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전담 부서를 만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세부 실행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장성전략·평가연구추진단, 재난적의료비제도화지원단, 예비급여실무지원반 등을 만들어 세부 실행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비급여의 급여화 등 의료보장성 강화 관련 정책개발 및 지원에 관한 사항 ▲예비급여 제도 추진 총괄에 관한 사항 ▲등재비급여(의료행위1치료재료), 기준비급여(MRI, 초음파) 항목의 급여화, 재평가 및 정책지원에 관한 사항 ▲선별급여(의료행위·치료재료) 항목 결정·조정, 재평가 및 급여평가위원회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비급여 항목 표준화, 정보화 및 진료비 정보 공개에 관한 사항 등을 전담하게 된다.
한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8월 2018년 건강보험료율을 2.04% 인상키로 결정하며 재정확보 어려움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우려를 해소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의료계를 중심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책 진행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의료계가 전면 급여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비급여로 저수가 등으로 인한 의료기관 손실을 조금이나마 메워왔는데 전면 급여화가 되면 수익보전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는 지난 12월10일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갖고 ‘무책임한 전면 급여 의료쇼핑 부추긴다’ ‘비급여의 전면급여 건보재정 파탄난다’며 문재인 케어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환자 안전·건강을 최우선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2차 회의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실행계획, 3차 회의에서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안, 4차 회의에서 수가 보상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 추진에 대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환자와 국민, 의료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 또 정부 정책이 현실화 되려면 정부가 약속한대로 먼저 그 동안 의료인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난 40년간의 저수가 정책이 수정돼 적정수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도 이에 따른 면밀한 재정확보 방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도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큰 상황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보건의료계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의료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의료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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