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된 교육정책이 잇따라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 소통을 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외침이 와닿기 위해서는 신중한 정책 제안과 철저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영어 특활 금지’에 교육현장 혼란 우려… 여당까지 나서 만류
10일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 시점을 1년 유예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시행에 맞춰 오는 3월부터 적용하려던 방안이 교육 현장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고 맞서고 있다. 여전히 입시와 취업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제한적으로 받던 영어 프로그램마저 막아버리면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조기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이 ‘놀 권리’를 갖고, 다양한 특성을 발현하는 교육 과정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감안하지 않은 급진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급기야 여당까지 나서 유예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추진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시간을 더 갖고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등의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9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 소통개혁 한다더니… “정책 설계부터 철저해야”
그간 새 정부가 추진한 굵직한 교육정책들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반발에 직면하곤 했다.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연기하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적용 범위를 놓고 이미 검토가 끝났다며 개편 시안의 양자택일을 밀어붙였다가 사회적 갈등만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 시민 등 공청회 참석자들은 “공청회에서도 듣지 못한 설명을 어디에서 들어볼 수 있겠냐”며 분개했다.
수능 개편 연기 발표 당시 김 부총리는 “소통하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교장공모제 확대를 철회하라며 국민 청원운동에 돌입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적하는 것 역시 정부의 소통 부재였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교장공모제 확대가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는 단 한 번 찾아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 소식을 접한 특성화고 학생들도 “당사자인 학생이 참여하는 어떠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교육부가 폐지안을 성급히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부처 간 협의나 여론수렴 없는 교육정책 추진으로 설익은 정책을 남발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정책 설계·추진 과정이 보다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대표는 “정책을 구체화하고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검토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준비가 미비하다보니 소통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