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지 않은 문장 ‘한국 축구팀이 베트남에 고전했다’

익숙지 않은 문장 ‘한국 축구팀이 베트남에 고전했다’

익숙지 않은 문장 ‘한국 축구팀이 베트남에 고전했다’

기사승인 2018-01-12 15:46:19

‘한국 축구팀이 베트남에 고전했다’

이 한 문장에서 파생되는 과제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1일 중국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베트남과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2대1 승리였지만 선제골을 허용하는 등 썩 만족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2위로 한국보다 52계단 아래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뒤진 베트남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한국에게 과제가 많이 남는 한 판이었다.

과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비롯해 경남, 전남, 상주 등의 팀을 이끈 경험이 있는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한국축구의 단점을 완전히 꿰고 있는 듯 옭아맸다. 박 감독은 예상대로 수비수 5명을 세운 뒤 빠른 역습을 감행하는 전술을 운용했다. 한국은 골문 앞 밀집 수비에 고전했고, 결국 뻔한 플레이에 당했다. 전반 17분 측면을 활용한 빌드 업 상황에서 응우옌 쾅 하이가 깔끔하게 선제골을 넣었다.

다행히 시일 내에 해결사 조영욱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승리로 경기를 장식했지만 반성할 점이 많다. 경기 후 “첫 경기는 언제나 어렵다”고 운을 뗀 김봉길 감독은 “실점 이후에 연속으로 득점을 해 승리를 땄다. 다음 경기에선 더 나아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항서 감독에 대해 “좋은 팀을 만든 것 같다. 수비가 좋았고 위협적인 역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선수들 역시 입을 모아 ‘제 플레이’를 못 했다고 말했다. 결승 헤딩골을 넣은 이근호는 “생각보다 경기를 못했다.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영욱 역시 “우리가 생각한 플레이를 못 하면서 상황이 어렵게 됐다. 이후엔 살짝 쫓기는 감도 없잖아 있었다”고 되짚었다.

승리는 했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남은 조별리그 상대는 시리아와 호주다. 호주는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강팀이다. 시리아의 경우 마찬가지로 밀집수비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선 베트남전에서 극단적인 수비전술에 뚜렷한 해법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자칫 시리아전이 발목을 잡아 조1위를 놓칠 수도 있다.

밀집수비 전술을 무너뜨리려면 무엇보다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을만한 창의적인 돌파와 선수간 호흡이 필요하다. 베트남전에서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최전방에 타겟맨 이근호가 서고 뒷라인에 조영욱, 조재완, 한승규 등이 포진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고려해 공격수 다수를 좌우로 넓게 펼쳤지만 두툼한 수비벽을 쉽사리 넘지 못했다. 벽에 균열을 만들 만한 힘이 없었던 셈이다.

중간에 페널티킥을 허무하게 날린 장면 또한 짚어볼만 하다. 후반 3분 이근호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윤승원은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것을 역이용한 ‘파넨카킥’을 했다가 허무하게 막혔다.

파넨카킥은 유럽무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나오는 페널티킥 슈팅 스킬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고난도의 기술과 고도의 심리전이 곁들여졌을 때 비로소 활용 가능하다. 특히 이 슈팅이 실패로 끝났을 때 키커는 일반적인 실축 상황 이상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

윤승원은 과거 파넨카킥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소속팀 FC 서울은 라이벌 수원 삼성과 FA컵 결승전을 치렀다. 정규시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키커로 나선 윤승원은 골키퍼 양형모를 상대로 파넨카킥을 성공시켰다.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한 그의 패기 넘치는 결단에 팬들은 ‘무서운 신예’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파넨카킥 실패의 잔은 매우 쓰다. 이번 베트남전 페널티킥 당시 한국은 1대1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었다. 만약 이날 윤승원의 페널티킥 실축 후 그대로 득점 없이 경기가 끝났다면 그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비난 여론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윤승원은 그 ‘요행’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여러모로 숙제가 많이 남는 베트남전이었다. 한국은 14일 오후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시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시리아는 수비가 강하고 힘이 있다. 부족했던 점을 잘 보완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시리아전에선 폼이 올라온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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