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용어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장애인 건강 주치의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제반 사항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최근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 모집을 앞두고 ‘장애인 건강 주치의’라는 명칭을 ‘장애인 건강관리의사’로 변경하자 의료계 일부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는 “장애인 건강 주치의라는 명칭은 사업의 핵심을 드러내는 용어”라며 “장애인 건강 주치의제도를 장애인 건강관리의사제도로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장애인건강권법’ 제16조(장애인 건강 주치의)에 따라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중증장애인(1~3급)이 자신의 건강관리의사를 선택하고 그 의사로부터 만성질환 또는 장애 관리 등 자신의 건강문제를 지속적․포괄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고, 의사에게는 기존 진찰료와 다른 별도 수가가 책정된다.
일차의료 전문 의사들은 해당 사업의 내용은 환영하나, 바뀐 명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장애 특성에 따른 주장애(主障碍) 관리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만성질환 관리 ▲일상적인 질환의 예방 및 관리 등 사업 세부 내용이 학문적인 ‘주치의’ 정의에 부합하고, 사업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장애인건강권법)에도 명시된 명칭을 바꾸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고병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은 “주치의라는 이름은 환자의 예방적 조치부터 건강관리까지 모든 의료서비스를 포괄하며, 일차의료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안에서도 분명히 장애인 건강 주치의라고 밝히고 있는데 시범사업을 앞두고 이름을 바꾼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치의 제도는 환자 개인 또는 가구 단위로 지역사회 의사를 주치의로 등록, 가벼운 질환 진료부터 총체적 건강관리를 주치의에게 맡기는 제도를 말한다. 환자들은 한 의료진에게 꾸준히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안정적인 환자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주치의제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 의견이 분분하다. 일차의료학계 등에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국민 건강관리의 효율성 등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개원의의 80% 이상이 전문과목 의사로 양성되는 국내 의료 여건상 일반의가 보편적인 해외 사례와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의사들에게 주치의라는 명칭은 금지어처럼 사용된다. 일선 의사와의 미묘한 관계도 얽혀있지만 근본 원인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장애인 건강영역에서라도 먼저 주치의제도를 경험하는 기회인데 이름을 바꾸면 의미도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관리 시범사업의 명칭을 다시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개원의들 사이에 주치의 용어에 대한 반감이 있어 순화해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료계 협회 등의 권유가 있었다”며 “주치의 용어를 강조하시는 이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시범사업 단계에서 많은 참여가 필요한 만큼 조심스러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