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지애(斷腸之哀). 아이 잃은 부모의 슬픔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비유한 말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이 한 달여 지난 19일, 유가족들은 입장문을 통해 자신들의 심정을 이 같이 표현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가인상', '지원확대'를 주장하는 의료계를 향한 불만도 표출했다.
먼저 유가족들은 이대목동병원의 ‘의료비 허위청구 의혹’을 짚고 넘어갔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은 지질영양주사제 ‘스모프리드’ 500ml 한 병을 여러 명에 나눠 사용했으나, 진료비내역에 각 1병씩 기재한 것이 지적된 바 있다.
유가족들은 “의료비 허위청구는 중대한 의료법 위반이며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필시 ‘특정 진료과’, ‘특정 시기’에만 자행돼 오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며 이대목동병원의 의료비 청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요양급여 부당청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긴급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유가족들은 또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 ‘감염관리 표준지침’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감염관리상 청결지역이여야 할 주사준비실과 오염구역인 싱크대는 구분돼야 한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주사준비실에는 주사제 작업대와 싱크대가 매우 가깝게 붙어 있었다”며 “이 싱크대는 이대목동병원의 감염관리가 오래전부터 무너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의료시스템의 모순’으로 보는 시각에 불만을 표시했다.
유족들은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면서 남은 주사용액을 다른 환자에게 사용 ▲청결구역과 오염구역을 구분하지 않아 감염 초래 ▲로타바이러스와 장구균이 발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 ▲전공의 집단사표로 당직체계가 무너졌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어 아이들의 패혈증 증상에 대해 즉각적인 처치를 실시하지 못한 점 등을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점으로 지적, 시스템이 아닌 '무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사단체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수단으로 삼아 ‘수가의 인상, 각종 지원의 확대 등’ 의료계의 목적달성을 위해 단합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오히려 이대목동병원은 의약품 한병으로 여러 아이들에게 투약하면서도 각 아이들에게 별도로 투약한 것처럼 허위로 의료비를 청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의 행태에 대해 의사대표로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신지 공식적으로 질의한다”며 추 회장을 답변을 요구했다.
또 유족들은 이대목동병원 측에 “여론만을 의식한 정치적 쇼를 중단하라”며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해달라. 아이들을 위해 하실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감히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