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권마다 반복되는 수난사…회장 밀어내기?

KT, 정권마다 반복되는 수난사…회장 밀어내기?

3연속 ‘정권-경영자 교체’ 기록 세우나

기사승인 2018-02-01 05:00:00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매 정권마다 반복된 경영 수장 교체의 수난이 또 다시 재현될지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 측이 일부 국회의원에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 정무위·미방위(현 과방위) 등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에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해 이번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정확한 지원 규모나 대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등을 막기 위해 KT 측이 임직원 명의의 법인카드를 활용, 불법 정치자금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 회장 연임 등에 반대해온 KT 새노조(2노조) 측에서도 이와 관련해 황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처럼 불법 정치자금 지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업계 등에서는 만큼 이번 압수수색을 사실상 황 회장을 향한 수사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개는 KT가 과거 수차례 겪은 경영자 교체 과정과 꼭 닮은 양상이기도 하다.

KT는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 전환을 마쳤지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압수수색과 대표이사 사퇴라는 수난을 거쳤다. 2008년 ‘납품비리’ 의혹에 따른 압수수색 이후 남중수 전 사장이 물러났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이석채 전 회장 역시 2013년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 사퇴했다.

황 회장은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KT를 이끌어 왔으며 전임자들은 모두 한 차례 연임 직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이번 사건으로 자리를 내놓는다면 KT는 민영화 후 3연속 정권과 경영자가 함께 교체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앞서 2016년 황 회장은 박근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KT 역시 정부 요구에 따른 출연, 인사청탁, 광고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에 휩싸이면서 연임조차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법원이 정부의 압력에 따른 행위로 판단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모면했다.

황 회장은 부임 이전 3%대였던 KT 영업이익률을 6%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 집권한 여당 측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회장 밀어내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여권 일부 관계자는 황 회장을 ‘박근혜 사람’으로 규정하고 물러나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실제 국감장에서도 황 회장을 향한 노골적인 사퇴 요구가 나왔다. 단 당시 ‘뉴스 배열 조작’ 등으로 질타를 받은 네이버에 질의가 집중되면서 황 회장은 예상보다 무난하게 고비를 넘겼다.

황 회장이 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전임자가 박 전 정권 집권과 함께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맡게 된 정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도 “(황 회장이) 물러나게 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자리에 앉았으니...”라며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황 회장은 자신이 취임할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입장이 바뀐 상황이며, 정부는 이전 정권에서 KT 수장을 갈아치운 역사를 되풀이 할 공산이 커졌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번 압수수색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통신 후원사인 KT가 5G(5세대) 네트워크 시범 서비스 준비 완료를 알리는 홍보관 공개 행사와 같은 날 이뤄졌다.

앞서 문 대통령,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평창에서의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성공적인 5G 서비스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국가적 행사 직전 중요 역할을 맡은 기업에 수사의 칼날이 향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사업은 별개인 만큼 5G 서비스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이번 불법 정치자금 지원 의혹에 대해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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