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안방 차지한 ‘리니지’
지난해부터 18일 현재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1·2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엔씨소프트가 동명의 소설 IP(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1998년 선보인 ‘리니지’와 그 후속작 ‘리니지2’가 원작이다.
리니지는 ‘바람의나라’, ‘조선협객전’ 등과 함께 당대 PC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대표작으로 꼽혔고 큰 인기와 함께 게임 내 아이템이 고가의 현금에 거래되는 등 사회적 현상까지 불러 일으키고 엔씨소프트를 국내 최대 게임사 위치까지 올려놓은 작품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16년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선보이고 1개월 만에 단일 게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면 당시까지 스마트폰 성능으로는 제대로 된 MMORPG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깼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구현된 3D 그래픽은 당시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현재까지 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6월 리니지 1편을 재해석한 리니지M을 내놨고 원작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 게임답지 않은 낮은 프레임의 2D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석권했다. 옛 리니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변신’ 시스템과 각종 아이템, 높은 난이도, ‘길드’ 중심의 커뮤니티 등이 특징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에 이어 직접 리니지2를 재해석한 리니지2M을 선보일 계획으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주목을 받는다.
◇ 전쟁의 시작 ‘액스’
리니지 시리즈로 대표되던 초창기 MMORPG는 많은 시간 반복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려야 했고 캐릭터 사망 시 아이템과 경험치를 잃는 등 높은 난이도가 특징이었다. 여기에 육성한 캐릭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길드 등에 소속돼야 가능한 ‘공성전’과 같은 전쟁, 레이드 등에 그쳤다.
이와 달리 2000년대 중반부터는 보다 쉽게 캐릭터를 육성하고 자유롭게 RvR(세력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MMORPG들이 주류를 이뤘다.
2004년 무협을 소재로 알트원(전 기가스소프트)가 선보인 ‘십이지천’은 빠른 레벨업과 함께 ‘정파’, ‘사파’, ‘마교’ 3개 세력이 항시 대립하며 상대 진영까지 침략하는 콘텐츠를 구현했고 로봇이 등장해 종족 전쟁을 치르는 ‘RF온라인’ 등이 비슷한 시기 서비스 됐다.
또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004년(국내 2005년) 출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짜임새 있는 퀘스트(임무) 수행으로 캐릭터를 쉽게 육성하고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대 진영이 대립하는 RvR 콘텐츠를 선보여 국산 MMORPG 위상을 흔들었다. 엔씨소프트도 2008년 ‘천족’, ‘마족’ 대립 구도의 ‘아이온’을 내놨다.
퀘스트를 통한 빠른 육성은 최근 대부분 MMORPG의 공통점이지만 모바일 게임 중 본격적인 오픈필드 RvR은 넥슨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액스’ 외에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액스의 구글 매출 순위는 18일 현재 11위로 지난해 12월 다운로드 300만을 돌파했다.
액스는 ‘연합’과 ‘제국’ 두 세력이 전 필드에 걸쳐 분쟁전 등 전투를 벌이고 캐릭터가 사망해도 별다른 패널티가 없다는 점에서 RvR MMORPG 계보를 따른다. PC 게임보다 단순하지만 아이온의 ‘잠입’과 유사한 ‘침투’ 임무도 있으며 패배한 상대방에게 복수할 수 있는 시스템은 2006년 PC로 출시된 플레이위드의 ‘로한’과도 비슷하다.
◇ 컨트롤 한계 도전한 ‘테라M’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이온 등은 RvR뿐 아니라 보다 능동적인 캐릭터 컨트롤 방식으로도 이전 세대 MMORPG들과 구별된다. 이는 모바일에서 지난해 블루홀이 개발, 넷마블게임즈가 출시한 ‘테라M’이 이어받은 요소다.
리니지 등이 상대방 또는 가고자 하는 지점을 마우스로 클릭하고 고정된 대상에 반복적인 기술로 공격을 가하던 것과 달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아이온 이후 MMORPG 대부분은 키보드 ‘W·A·S·D’ 키를 이용해 이동하며 방향과 거리를 고려하며 싸우는 논타게팅 방식으로 보다 치열한 전투를 구현했다.
작은 터치스크린으로 즐기는 모바일 MMORPG는 아직 고정 타깃 방식이 주류를 이루지만 테라M은 부분적으로 논타게팅 방식을 적용했다. 온전한 논타게팅은 아니지만 이용자 컨트롤 비중을 키웠으며 블루홀은 2011년 PC온라인 원작 ‘테라’에서도 이 같은 액션성을 내세웠다.
테라M은 출시 이후 구글 매출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으며 현재 순위는 18위다.
◇ ‘듀랑고’의 자유도, ‘신영웅문’의 추억
넥슨이 5년 반 이상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선보인 생존형 샌드박스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는 모바일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2001년 태울엔턴테인먼트(현 태울코리아)에서 내놓은 무협 MMORPG ‘신영웅문’과 닮은 부분을 갖고 있다.
듀랑고에서 이용자는 캐릭터가 음식을 먹어 배고픔을 달래고 환경에 맞는 옷을 입어 온도를 맞추며 휴식을 통해 피로도를 낮춰야 한다. 이 같은 생존을 위한 음식과 약, 무기, 도구, 옷, 건축물 등 각종 아이템은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들며 비용을 지불하고 사유지를 보유하게 된다.
신영웅문도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며 옷을 입어 포만감, 수면도, 체온을 관리해야 생활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모든 아이템은 이용자가 직접 생산하고 거래한다. 보유한 집과 토지에 가구를 만들고 꾸미며 세금을 내지 않으면 일정 기간 후 사라진다거나 사냥한 동물을 도축하고 농사, 채집 등을 통해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듀랑고와 비슷하다.
듀랑고와 신영웅문은 모두 이 같은 생활을 위한 세계를 제공하고 이후 게임의 흐름을 이용자들에게 맡긴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한 자원 등을 거래하는 경제 기능의 비중이 커지고 이에 따라 이용자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다.
신영웅문의 경우 이에 더해 게임 내 시간에 따라 캐릭터가 나이를 먹는 등의 요소까지 구현돼 게임 내 역사가 만들어지고 실제 커뮤니티인 ‘문파’의 역사서가 공식 기록되기도 했다. 듀랑고에서도 ‘부족’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함께 생존, 사냥, 전쟁을 즐기는 문화가 중심이 된다.
듀랑고는 출시 이후 한동안 구글 매출 10위권(18일 22위)을 유지하고 최근 다운로드 330만을 돌파하며 순항했지만, 신영웅문은 OBT(공개 사전 테스트) 기간 이후 존재하지 않던 캐릭터 레벨과 새로운 전투 방식을 도입하는 등 급격한 업데이트가 반복되면서 이용자가 대거 이탈, 초반 기획과 다른 형태의 게임으로 남았다.
◇ PC·모바일·콘솔 노리는 ‘검은사막’
오는 28일에는 펄어비스가 2014년 출시한 PC온라인 ‘검은사막 온라인’의 IP를 활용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인다.
검은사막 온라인은 북미·유럽·일본·러시아·대만 등 150여 국가에서 12종의 언어로 서비스되며 일간 이용자수 15만명, 최고 동시 접속자수는 11만명 등의 기록을 세운 게임이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 이후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PC MMORPG 시장을 대표한 작품이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진행된 검은사막 모바일 CBT(비공개 사전 테스트)에서는 원작에서 호평을 받은 세밀한 그래픽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꾸미기), 호쾌한 액션과 전투, 낚시·영지 등 생활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자체 엔진으로 개발된 검은사막 모바일은 기존 모바일 MMORPG와 달리 3D로 구현된 필드에서 지형지물 등을 자유롭게 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유도를 한층 높였다. 시점을 회전만 가능한 쿼터뷰로 제한하면서 PC온라인 게임 수준의 액션과 배경을 구현해 적절한 컨버전을 선보였다.
펄어비스는 또 검은사막 콘솔 버전까지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PC와 모바일, 콘솔 플랫폼 3대 플랫폼을 아우르는 만큼 모바일에서도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게임성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사전예약 기록은 지난달 300만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