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불어닥친 ‘미투’ 바람… 가해자들 잇따라 활동 중단

연극계에 불어닥친 ‘미투’ 바람… 가해자들 잇따라 활동 중단

기사승인 2018-02-14 20:26:28

배우 이명행 이어 연출 이윤택도 잘못 인정

연극계 내부 성추행·성희롱 고발 확산 양상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Me too)’ 바람이 연극계에 불어 닥쳤다. 연극배우 이명행씨가 과거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출연 중인 연극에서 중도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연극계 거장인 이윤택 연출가의 ‘배우 성추행’ 사실이 폭로됐다. 이윤택 연출도 잠정 활동 중단을 피력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겪은 사례를 전했다. 김 대표는 글에서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자신은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해당 연출가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해당 공연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는 글을 남겨 성추행 가해자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임을 짐작케 했다. 연극 ‘오구’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적 기획전이다. 김 대표의 미투 포스팅으로 연극계가 들썩이자 이윤택 연출은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극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울타리 밖으로 내놓지 못한 이야기가 터지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성희롱과 성폭력의 현장을 참고 방관한 자책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같은 문제의 공론화 자체도 어렵지만, 공론화 이후 작품이 멈출 경우 돌아오는 후폭풍을 감수는 것도 시스템상 힘들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연극계 관계자는 “최근 미투 운동에 힘입어 연극계에서도 고인 물을 퍼낼 기회가 돌아온 듯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고발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나 연극 관련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연극계 내부의 성추행, 성희롱 사례에 대한 고발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배우 이명행씨는 성추행 논란으로 사과문을 내고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했다. 이씨는 사과문에서 “성적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제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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