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으로도 불리는 국내 ‘빅3’ 게임사의 성장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사의 미묘한 위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2조4248억원, 영업이익 5096억원의 연간 실적을 기록하며 ‘2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14% 수준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도 54%까지 끌어올렸다.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에 집중한 전략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넷마블은 2004년 CJ에 매각된 이후 잇따른 온라인 게임 흥행 실패로 경영 악화를 겪었다. 이에 2011년 CJ E&M 게임부문 총괄상임고문으로 경영에 복귀한 창업주 방 의장이 물적분할을 통해 지금의 넷마블을 만들고 2014년부터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 지난 6년 간 연평균 매출 약 60% 성장을 기록하고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IPO)까지 마쳤다.
올해부터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에만 주력해온 방향을 선회, 콘솔과 PC온라인 게임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 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올라탄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플랫폼 뿐 아니라 장르도 기존 RPG 위주에서 캐주얼 게임부터 한류를 접목한 새로운 영역까지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을 밝혔다.
방 의장은 “새롭게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 속에서 넷마블의 생존을 위해 모바일 게임을 선택했다”며 “지금 상황은 오히려 온라인 게임이 안 나오면서 온라인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위해 취해온 단일 플랫폼 전략이 더 이상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다양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테라M’, ‘세븐나이츠’ 등 RPG 중심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향후 출시 예정인 대표작들도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등 동일 장르가 주력이다.
여기에 넷마블 특유의 부분유료화 과금 체계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공통된 수준의 결제 유도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게임의 재미를 매출로 연결시키는 핵심 요소인 반면, 일부 이용자들의 선호도는 떨어진다.
다른 대형 게임사인 넥슨은 이미 다양성에 기초한 전략을 실행에 옮겨왔다.
PC온라인 게임은 미국 EA와의 협업으로 ‘니드포스피드’, ‘피파온라인’, ‘타이탄폴’ 등의 다양한 장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캐주얼 게임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텐센트 산하 오로라스튜디오의 MMORPG '천애명월도'를 국내에 선보여 PC방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넥슨은 ‘히트’ 이후 흥행작을 찾기 어려웠던 약점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만회하기 시작했다. MMORPG가 주류를 이룰 때 ‘액스’를 선보여 대응했고 ‘다크어벤저 3’ 같은 액션부터 수집형 RPG ‘오버히트’, 생존형 샌드박스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횡스크롤 액션 ‘열혈강호M’ 등 다작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게임은 장르와 플랫폼이 다양할 뿐 아니라 과금 체계도 제각각이다. 영웅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오버히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결제 유인 요소가 강한 반면, 듀랑고는 꾸미기 위주의 소소한 유료 상품 위주로 구성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부분유료화라는 틀은 같지만 세부 전략에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2987억원, 영업이익 8856억원의 연간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28% 성장을 이루며 2조원 클럽에 올랐으며 4분기는 매출 5154억원, 영업이익은 1151억원으로 역대 4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7587억원, 영업이익이 585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실적에 그쳤지만 전년 대비 매출 79%, 영업이익 78%의 성장을 이뤘다.
특히 기존 ‘리니지 레드나이츠’ 뿐이었던 모바일 게임 비중이 ‘리니지M’을 앞세워 전체 매출의 57%까지 올랐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부진하다는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에 이르는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는 조직개편을 통해 김택진 대표에 글로벌 CCO 직책을 맡겼다. 글로벌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로 해외지사 등에 퍼져 있는 기술 역량을 직접 진두지휘 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영 활동에 집중해온 김 대표가 글로벌 CCO가 되면서 개발 일선에 다시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개발 현장을 떠난 적 없는 김 대표의 ‘리더십 강화’ 차원이라는 게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김 대표의 글로벌 CCO 역할은) 개발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보다 진취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이라며 “본사 뿐 아니라 엔씨소프트 전체의 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에는 기존 개발 중이던 PC게임 ‘리니지 이터널’을 사실상 폐기하고 ‘프로젝트TL’이라는 가칭으로 새로 선보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블레이드 & 소울2’,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 등 신작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들의 출시 계획도 알렸다.
이는 지난해 ‘리니지M’을 모바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은 행보로 콘솔 플랫폼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주력 시장이 된 모바일로 간판 타이틀 후속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PC와 콘솔 게임 개발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주요 게임 하드웨어 플랫폼에 도전하는 것으로 김 대표의 직접 지휘 아래 이뤄지게 된다. 엔씨소프트의 개발 조직은 김 대표 아래로 각 사업화 타이틀별 ‘캠프’와 시작 단계의 프로젝트인 ‘시드’들로 구성된다. 각 캠프 책임자들은 김 대표의 직접 지휘를 받는 형태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총괄 역할은 글로벌 무대 전체를 아우르게 되며 게임뿐 아니라 VR(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한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경우 공개된 신작 게임들이 실제 나오기 전까지는 모바일 게임 무게중심은 리니지M에 치우쳐 있고 PC 게임 역시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이후 수년 동안 간판 타이틀의 출시 부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아이온 등은 올해 모바일 게임과 같은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이용자들에게 악평을 듣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이틀 수가 적을 뿐이고 엔씨소프트는 항상 PC, 콘솔 등 멀티 플랫폼 전략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PC 게임 프로젝트TL의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며 앞으로 선보일 게임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