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내부정화로 해결될까

간호사 '태움', 내부정화로 해결될까

간호협회·고용노동부 '간호사 인권 실태 조사' 발표…국회도 '직장내괴롭힘방지 특별법' 추진

기사승인 2018-02-20 00:05:00

대형병원 간호사 A씨가 ‘태움’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달달 볶는다는 의미로 간호계 선후배 사이의 군기 잡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간호사회에서 ‘태움’은 오래된 악습이다.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은 ‘임신순번제’, ‘병원 내 폭력 노출’ 논란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신규 간호사 사망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간호사 익명 커뮤니티에는 ‘태움’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대학병원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한 A씨는 “근무 중 공황발작으로 사직했다”며 “교육이라는 명목의 태움을 과연 어떤 신규 간호사들이 정상적인 정신건강 상태로 버티는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태움이 심하지 않았던 병원에서 일했지만 업무 강도가 커서 힘들었다. 나약해져 있을 때 선배의 꾸지람은 큰 상처가 된다”며 “태움의 정도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판단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고용노동부가 함께 진행한  ‘간호사 인권 실태조사’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간호협회는 지난 12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진행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와 1차 조사에 대한 분석을 마쳤으며, 이 중 실명 신고된 130건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이관해 실사조사 등을 요청한 상태다. 협회는 "현재 2차 신고접수를 진행 중이며 고용노동부와 논의해 이달 내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처벌과 규제가 포함됐다. 법안을 발의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은 일터의 공식적 ·비공식적 권력관계에 기반을 두고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존엄을 훼손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는 병원 내 신체폭력과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간호직군(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종사자는 각각 11.7%, 44.8%에 달했다.  또  간호직군 응답자 39.5%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때문인지 국내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은 33.9%에 달하는 반면,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간호 인력 문제 해결을 우선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왜곡된 의료 시스템과 인력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적정 환자수는 1~2명이다. 그러나 국내 상급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그보다 많은 3~4명 정도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환자 1명만을 담당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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