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하얀 색상의 유니폼이 사라지고 있다.
‘백의(白衣)의 천사’는 과거 전쟁터에서 헌신한 나이팅게일을 비유한 말로, 의료일선의 간호사들을 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러나 아름다운 헌신을 강조한 백의(白衣)의 이면에는 불편하고 비능률적인 복장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잘록한 허리선과 슬림핏을 강조, 보여지는 모습에 치중한 유니폼의 디자인 또한 간호사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혈액 등 각종 분비물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현장에서 하얀 톤의 유니폼은 근무환경에 비해 불편하고,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거나 손이 많이 가는 처치를 하는 등 활동성이 요구되는 간호 업무 특성상 정장 스타일의 유니폼 디자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간호사를 ‘병원의 꽃’으로 보는 전근대적 시각도 이어졌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ㄱ씨는 “간호사들이 환자들 앞에 생기있는 모습으로 나선다는 취지는 동감하나 심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특정 색의 립스틱이나 병원 로고 색상의 아이섀도를 쓸 것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은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지금도 ‘화장 고쳐라’는 지시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간호사 처우개선’과 함께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당시 글쓴이는 “실제로 여전히 흰색으로 된 간호복을 입고 일하는 간호사가 많다”며 “간호사는 병원의 얼굴로서 규정화된 옷과 규정화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서비스직 종사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병원계에는 ‘편의성’에 중점을 둔 간호사 유니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간호복 전문 제작업체 A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네이비 계열의 짙은 색상이 많이 나간다. 밝은색의 경우 비침이 있기 때문에 컬러감이 있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과거에 비해 활동성을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추세”라며 “편리함을 고려한 기능성 소재도 인기가 많다”고 의견을 더했다.
다만, 보다 ‘편한’ 유니폼이 자리 잡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다. 간호사에 ‘단정함’, ‘여성성’을 중시하는 기존 인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의 수술실, 중환자실 등 특수병동에서는 편한 유니폼을 입지만, 일반 병동 유니폼은 여전히 정장 스타일을 고수하는 곳이 많다. 서울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민원에 따라 최근 유니폼을 변경했지만 바뀐 유니폼도 아주 편한 축에 속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반면, 인하대병원의 경우 모든 병동 유니폼을 ‘편의복’으로 도입해 주목된다. 업무에 맞는 디자인과 소재로 활동성을 높이고, 네 가지 색상의 유니폼을 간호사 개개인이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수연 인하대병원 간호본부장은 “이전의 근무복은 세미정장형이라 활동성이 없어 불편했다”며 “몸에 넉넉하게 맞는 편한 복장으로 바꾸니 간호사들의 반응도 좋고 환자들도 친근하다, 생동감있어 좋다고 표현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