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이어 ‘문화, 그리고 과학은 무엇인가’인데요. 이는 심리학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느낌, 행동양식 같은 인간 내면의 세계를 대표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하대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C(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 ‘문화 심리학’을 이끌고 있는 김의철 교수는 아시아 사회심리학회 및 토착문화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사회심리학저널을 창립해 편집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K-MOOC를 통해서는 ‘문화 심리학’ 안에서 통용되고 있는 이론과 개념, 발전 과정 등을 학습자들에게 전한다.
“자연·생물·인문 과학의 전통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문화 심리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설명합니다. 생태계의 영향, 수렵·채집·농업 사회 등 자족 경제의 문화적 적응도 다루지요. 더불어 르네상스와 산업화, 현대화를 거치면서 나타난 문화적 변화와 변형을 검토할 것입니다. 이 강좌에서는 문화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서양적 관점과 동양적 관점에서 바라본 종교와 철학의 영향 등을 함께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문화 심리학’은 종교와 철학 등 다양한 소재를 들어 문화의 세계로 다가선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화는 철학과 종교, 가치와 신념 체계 안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외부 세계’로 정리할 수 있다. 강좌에서 던져지는 화두는 이러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내부 세계’ 즉, 인간의 마음 작용과 연결되는가 하는 점이다. ‘문화 심리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다. 김 교수는 문화가 어떤 식으로 각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각 개인의 변화가 어떻게 문화를 변형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한국 고유의 개념인 정, 체면, 한이 부모·자녀 관계나 자아개념, 아동발달, 사회적 행동과 같은 심리학의 실제영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교육적 성취, 스트레스, 건강, 삶의 질 그리고 조직행동, 리더십, 경제발전과 정치행동,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자본 등 문화 심리학의 응용 분야를 마주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문화적 특성에 따라 개인의 자아나 사회적 관계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김 교수는 서구문화 속 대표적 철학가로 꼽히는 소크라테스가 분석의 기본단위를 ‘개인’이라고 칭한 것을 예로 들며 서양은 흑과 백, 옳고 그름, 내향성과 외향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양에서는 옳지 않은 것을 상대로 옳은 것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인들의 시각은 이와는 매우 다르다. 흑과 백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흑과 백을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서로 연결된 것으로 여긴다. 김 교수는 “공자의 경우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혔는데, 인간을 분리된 하나의 개체가 아닌 서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면서 “맹자 역시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도 측은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공자가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요? 아마도 공자는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서양에서 자아의 기본은 자아를 생각하는 합리성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자아를 느끼는 것이지요. 또 서양에서는 우리를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인간을 ‘사람 사이’라고 일컫습니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K-MOOC ‘문화 심리학’은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이에 보다 다양한 나라와 민족에서 수강 신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학습자 개인별 제한된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의미 해석 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다소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 학습자들에게 정과 체면 등은 일상적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만, 유럽이나 미국 학습자들은 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개념적 틀 자체가 달라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학습자들은 서구의 합리주의, 개인주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문화 심리학’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을 아우릅니다. 한국이나 아시아 학습자들은 표준화된 교육체제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해당 강의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강좌의 최대 수혜자는 어쩌면 현재 한국에서 유학 중인 유럽과 미국 학습자 또는 한국 교포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신 이 강좌는 한국 문화와 한국인을 세계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이끕니다. 수강 과정에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과 주변인,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새롭게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