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지정과 선정…허술한 사후관리에 유명무실한 ‘인증제’

툭하면 지정과 선정…허술한 사후관리에 유명무실한 ‘인증제’

인증 요양기관은 불법행위 … 친환경인증 업체는 살충제 계란을

기사승인 2018-03-01 00:03:00
정부에서는 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향상과 보건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정·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미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평가를 받는 기관에게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지만 ‘통과’에만 집중해 있고,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를 운영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기관평가인증이 필수 요건일 만큼 의료기관 운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시행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의료기관 인증제도 및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평가업무를 통합·수행해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제고함으로써 국민건강의 유지·증진에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중요한 점은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통과했다는 것은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환자들이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들은 ‘시험’이라고 평가한다. 준비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고 평가결과에 따라 병원운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최근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이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등에서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드러난 것이다. 

‘전문병원 지정제도’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제도 중 하나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특정질환 또는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문병원으로 지정하는데 재인증에 떨어진 병원이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해도 찾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이 허위로 명칭을 사용하면 행정처분을 받도록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유명무실이다.

일례로 ㅅ척추병원은 인증에서 떨어진 뒤에도 수개월간 옥외광고를 진행했는데 관리감독을 해야할 해당지역 보건소나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고, 확인한 뒤에도 처리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된 되기도 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역시 마찬가지. 보육시설에 대한 질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보육시설 선택의 합리적 기준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최근 보도된 아동학대 등도 대부분 인증 받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고 있다. 

먹거리 분야 역시 많은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인증과 안전관리인증기준 해썹(HACCP)이다. 특히 해썹 업체의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며, 최근에도 비위생적으로 소·돼지고기를 유통·판매해온 업체가 적발됐는데 해썹 인증 업체였다.

친환경인증의 문제는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살충제 초과 검출 판정을 받은 52개 농가 가운데 31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며 부실 인증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지정·인증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후관리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사고가 발생한 병원도 JCI인증을 받을 때와 다른 시스템을 사용했던 것으로 안다.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인증 받은 것”이라며, “(병원 자체적으로) 환자를 중심에 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증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혁신형제약기업은 연구개발 능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기업을 인증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증·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해 법적처벌을 받는 등 본래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도 많은 지정·인증제, 인센티브제 등이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이 모든 인증제를 정부가 관리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산하기관 위탁사업으로 진행되고, 해당 기관도 인증에만 치중할 뿐 인력부족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철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 들이 모여 사고로 이어지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환자나 소비자 등은 이러한 정부가 보증한 기관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 정부 역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시설·기관 등은 기준에 부합하도록 만들거나 퇴출시키는 한 방편으로 인증제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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