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전문대·서울시립대 휴강 잇따라
연세대 인권센터 공지에 “미투 위축시키려는 것”
서울예대에서는 ‘지지 성명’ 교수 비공개 논란도
“가해사례, 꼬리 잘린 도마뱀… 고발, 더 나올 수밖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 등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된 대학가에 ‘개강 후폭풍’이 일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해임 등으로 휴강이 잇따르고, 구성원 간 마찰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방학 기간 일부 대학에 집중됐던 미투 바람이 개강 이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소용돌이 속에 놓인 대학가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신학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일, 교육부 직원들이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를 찾아 교수들에 의한 학생 성비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기간은 3일간 이어질 예정이지만, 필요하다면 연장될 수 있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곳 연영과는 경찰 내사도 덮친 상황이다. 이날 피해자 확보를 위해 학생회를 만나 협조를 당부하기도 한 경찰은 “검토한 내용 등에 따르면 교수들의 갑질, 즉 고압적 행위 등이 만성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지전문대 연영과에서는 학과장을 역임한 박중현 교수를 비롯해 최용민 교수, 이영택 교수, 안광옥 조교수 등 남자 교수진 전원이 개강 전 성추문에 휩싸여 모두 보직에서 해임됐다. 조교 추모 씨 또한 학생 성희롱 의혹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현재 남성 교원이 없는 상태다. 학과는 대체 강사를 통해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급박한 일정 탓에 휴강 등 수업 차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남아있는 학생들이 학습권마저 침해당한 셈이다. 신입생들의 경우 미투 운동의 후폭풍이 일고 있는 캠퍼스에서 당황스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만, 더 늦지 않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된 점은 차라리 다행스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휴강은 서울시립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일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 등을 담은 자유융합대학 박모 교수에 대한 익명의 폭로 글이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총학생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학 측에 휴강 조치를 요구했다. 대학은 해당 교수 수업을 휴강처리 한 뒤 진상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밖에도 연세대에서는 ‘가해자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지 말라’는 인권센터의 공지메일을 놓고, 학생들 사이에서 ‘개강을 맞아 대학 측이 교수를 대상으로 한 미투 발언을 경계해 미투 움직임을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미투가 꽂힌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와 사진작가 배병우 씨, 배우 한명구 씨 등이 교수로 있는 서울예대에서는 미투 운동 ‘지지 성명’을 발표한 교수협의회에 지지자 명단을 밝히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학생들은 “지지 참여 교수의 성명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그 중에 추가로 폭로될 가해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개강 이후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에는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2일부터 모 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한 글들이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신한대도 경찰 조사 대상이 됐다. 해당 교수는 어깨 부근 속옷 끈이 있는 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했고, 수업 중 “나는 노래방에서 아가씨 끼고 춤추며 놀아도 힘들지 않을 만큼 체력이 좋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은 해당 교수를 강의에서 배제시켰다.
경기 소재 대학의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메일을 통해 “미투 운동이 멈추면 이상할 정도로 유사사례가 많다”면서 “그 사례들은 미투로 세상이 놀라는 와중에도 보란 듯이 벌어지는 등 마치 꼬리를 잘린 도마뱀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고 감싸는 ‘일상’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고발은 더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