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폐업 진료비 먹튀에 소비자 불안 증가…일부 병의원 ‘진료비보증제’ 운영

휴·폐업 진료비 먹튀에 소비자 불안 증가…일부 병의원 ‘진료비보증제’ 운영

국회, 소비자 보호 법안 발의…의료기관의 할인이벤트 등 호객광고는 사각지대

기사승인 2018-03-09 00:08:00
#최근 치과 치료를 위해 300여 만원을 선 결제 했습니다. 일시불로 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선 결제를 했는데 병원이 문 닫을까봐 불안해요. 

최근 서울 강남 소재 대형 치과의원이 폐업한 것과 관련해 많은 소비자들이 분노해했다. 단순히 치료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고액의 치료비를 선납했지만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간 치료비를 선납하는 사례는 피부·성형, 치과 등 비급여 치료에서 많다. 소비자들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에 의료기관이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경영이 악화되는 의료기관들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폐업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2016년 의원 개·폐업 현황을 보면 ▲2014년 개업 1838개소, 폐업 1283개소 ▲2015년 개업 1951개소, 폐업 1346개소 ▲2016년 신규 2128개소, 폐업 1324개소 등으로 나타났다. 매년 1000여개소 이상이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표시과목별로는 성형외과의 경우 ▲2014년 폐업 81개소(개업 84개소) ▲2015년 폐업 57개소(개업 84개소) ▲2016년 폐업 66개소(개업 90개소) 등이었고, 피부과는 ▲2014년 폐업 37개소(개업 50개소) ▲2015년 폐업 32개소(개업 73개소) ▲2016년 폐업 33개소(개업 63개소) 등이었다.

치과의원은 2017년 1월 78개소, 2월 46개소, 3월 64개소, 4월 66개소, 5월 66개소 6월 66개소, 7월 69개소, 8월 61개소, 9월 43개소, 10월 35개소, 11월 49개소, 12월 73개소 등 지난해에만 716개소였다. 또 2018년 1월에도 73개소가 폐업했다. 

이 같은 불안이 확산되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보증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A치과의원은 ‘혹시라도 내가 다니는 치과가 폐업할까봐 걱정되시나요? 환자의 불안한 마음까지 책임지겠습니다.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점별 진료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나섰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구갑)은 지난 2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혜훈 의원의 법안 제안이유를 보면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치아 교정 등 장기간의 치료를 이유로 진료비를 선납 받은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의료업을 중단하는 등 의료기관을 휴·폐업하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업을 휴·폐업하려는 경우 입원중인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하는 등 관련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휴·폐업 신고를 받은 시·군·구청장이 이러한 조치를 위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벌률 개정을 통해 추가됐지만 선납된 진료비의 반환조치 등에 관한 사항은 개정사항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현행법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장의 의무사항으로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환자나 보호자가 알 수 있도록 명찰을 달도록 하는 등 권익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 면허 없는 자가 고용돼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존재함에도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환자들로서는 의료긴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진료를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개정안은 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의료기관의 휴·폐업시 선납된 진료비를 반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의료사고의 발생 또는 진료계약의 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보장을 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며,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의 면허·경력 등 인적사항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의료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환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이들 의료기관이 인터넷 등을 통해 할인이벤트 등의 과잉광고로 호객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 방법은 없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다수의 피해자를 낸 치과 역시 그동안 인터넷 광고로 고객을 모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성형·피부 등의 미용광고는 그동안에도 과잉·과대광고 지적이 있어왔지만 치과의 경우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도 인터넷 포털에 ‘치과’를 검색하면 할인이벤트 등 다양한 홍보문구로 호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환자 유인행위는 위법이지만 이러한 광고의 경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어서 규제의 목소리가 크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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