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밤샘 검찰 조사를 받고 15일 오전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25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를 나와 준비된 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향했다. 검찰 출석 약 21시간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다스 실소유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답변을 피했다. 다만 “다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라탔다.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서도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인 14일 오전 9시23분 검찰에 도착, 오전 9시49분부터 오후 11시56분까지 14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검찰 측과의 문답을 바탕으로 작성된 진술조서를 6시간30분가량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직권남용,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소환 조사를 통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과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등의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는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 등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을 집중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등 차명 의혹을 받는 재산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묵비권이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5시부터 자정무렵까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와의 대면 조사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 수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60억원 대납 등 불법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다스 소송에 국가기관을 동원한 의혹, 대통령 기록물을 다스 창고로 유출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다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의 진술과 증거 자료 등을 다수 확보해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및 기소 시점 등 향후 수사 계획에 대한 재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일 후인 같은 달 31일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