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송도 B2블록 억지 주장 “심각한 직권남용”

인천경제청, 송도 B2블록 억지 주장 “심각한 직권남용”

기사승인 2018-04-04 14:42:52

민간사업자의 경관심의를 터무니없는 이유로 반려해 ‘공무원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행정행위는 심각한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넥스플랜㈜은 지난해 11월 부동산신탁사 공매를 통해 송도동 30-2 일원 B2블록 3만2000여㎡의 땅을 2297억 원에 낙찰받았다.

민간사업자는 토지이용계획에 맞춰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총 1559가구를 짓기로 하고 인천경제청에 건축물 경관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이 구역 개발사업시행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NSIC)이 아닌 제3자의 토지 취득과 이를 통한 개발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경관심의를 반려했다.

인천경제청은 해당 토지의 경우 대출의 담보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매각 등 처분은 할 수 없다는 약정을 NSIC와 맺었기 때문에 토지취득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토지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인천경제청의 주장에 대해 법조인과 금융전문가들은 말이 안 되는 비정상적인 주장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상호 법무법인 세연 대표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담보가 된 물건은 신탁계약이 되면 소유권은 신탁회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NSIC는 담보로 제공한 토지가 처분됐기 때문에 NSIC는 토지 소유권을 상실했고 사업시행자의 지위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인천경제청이 해당 토지에 대한 처분을 못하게 하려고 했다면 가등기를 하거나 신탁금융사와 포스코건설과도 토지매각 금지에 대한 약정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토지 매각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구 BNK투자증권 부동산금융2부장은 “인천경제청과 NSIC 간에 맺은 약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인천경제청이 토지 매각을 막으려 했다면 당시 대주인 대출기관에 담보 실행이 안된다는 동의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처분권이 없는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금융사는 바보가 아닌 이상 단언컨대 없다”며 “이건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어서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의 경관심의 반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호 변호사는 “인천경제청이 주장하는 약정은 경관심의 등 인허가를 거부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인천경제청의 행위는 정상이 아니다. 경관법이 아닌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반려를 한 행위는 심각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인천경제청의 주장대로라면 이 토지는 NSIC 이외에 아무도 개발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되는데 이건 말이 안된다”며 “인천경제청은 당초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NSIC의 귀책사유를 근거로 인허가를 취소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면 된다. 이 같은 행위를 미루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8조의5(개발사업시행자의 지정 취소 및 대체 지정 등)에 따르면 개발사업시행자의 귀책사유로 토지의 매수 등이 지연되어 시행기간 내에 개발을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또는 재무건전성과 소유자금 조달능력의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개발사업자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대체 지정할 수 있다.

이 구역 개발사업을 위해 컨소시엄(스마트송도피에프브이㈜)을 구성한 민간사업자는 인천경제청의 상대로 경관심의 반려에 대해 지난 3일 이의신청서를 내는 등 본격적으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송도피에프브이 관계자는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을 시작도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면서 엄청난 금융비용을 손해보고 있다”며 “인천경제청과 NSIC가 맺었다는 비밀약정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와 경관심의 반려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률검토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허가 관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남은 인허가 과정에서 심각한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억지주장을 계속하면서 인허가를 정상적으로 심의해주지 않는다면 법적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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