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트롤’ 신고, 어디까지 가능할까?

게임 내 ‘트롤’ 신고, 어디까지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8-04-18 05:00:00

게임 등에서 다른 이들을 방해하며 화를 내도록 도발하는 행위를 ‘트롤링’ 또는 ‘트롤’이라 부른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신화에 나오는 거인 또는 낚시의 한 방법을 칭하는 영어 ‘Trolling’에서 유래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이용자 신고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트롤의 모호한 범주가 혼선을 빚고 있다.

▶ ‘오버워치’가 보여준 트롤의 심각성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인기를 끌고 있는 팀 협력 기반 온라인 게임에서 트롤링은 단순히 이용자 간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이용자에 피로감을 유발, 게임의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2011년 말 국내에 정식 상륙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듬해부터 2016년 오버워치 출시 당시까지 국내 PC방 점유율 순위(게임트릭스 기준) 정상을 지킨 대기록을 세웠지만 각 이용자의 ‘영웅’ 간 역할이 강조되는 MOBA(멀티플레이어온라인배틀아레나) 장르 특성에 따른 트롤 문제에 시달렸다.

오버워치 역시 FPS(1인칭 슈팅) 장르면서도 6명의 영웅이 협력해야 하는 방식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트롤 문제를 이어받았다. 다양한 계층의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두 게임의 공통점도 게임 내 트롤링과 욕설 등 각종 부작용을 키웠다. 이에 게임 트롤링을 주제로 하는 학술 논문들도 등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와 오버워치를 선보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모두 이 같은 불량 이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신고 시스템을 게임 내에 도입, 운영 중이지만 그 실효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오버워치의 경우 출시 초반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흥행 저력을 보였지만 FPS 게임 특유의 불법 핵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리고 트롤링 문제까지 겹쳐 2년여 만에 점유율 7%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4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22주 째 정상에 있는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최후의 1인이 생존하는 ‘배틀로얄’ 게임 방식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오버워치 등의 트롤 문제와 무관치 않다.

▶ ‘비방’ 문제에 얽힌 트롤링

핵과 같은 불법 비인가 프로그램 이용과 적나라한 욕설 등은 구별해내기 쉽지만 특정 게임 플레이로 다른 이용자를 방해하는 트롤링은 상대적으로 적발‧제재가 어렵다. 이에 게임 이용 제한 등이 가능한 제재 규정과 신고 시스템이 있어도 근절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오버워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팀 구성원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고를 하거나, 트롤 행위를 하면서도 마치 고의가 아닌 척 하는 상황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신고가 이뤄져도 실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에 ‘팀으로 만나지 않기’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자가 직접 피하고 싶은 상대방을 최대 2인까지 지정,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신고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신고 항목에서 ‘팀 사기 저하’가 사라진 것이다. 이 외에 ‘고의적 아군 방해’, ‘게임 불참’, ‘욕설’, ‘부적절한 배틀태그(이름)’, ‘광고‧스팸’, ‘치트‧부정행위‧버그악용’ 등 항목은 남아있다.

이 중 트롤 범주를 포함할 수 있는 항목은 게임 불참과 고의적 아군 방해 등이다. 게임 불참은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며 아군 방해는 ‘게임 내 장치나 특정 행동으로 고의적으로 아군 팀을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행위’다.

사라진 팀 사기 저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계속해서 부정적인 태도로 팀과 소통하는 경우’를 포함했다. 즉 지금의 오버워치에서 이른바 ‘정치질’로 불리는 비방 문제는 직접적인 신고‧제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제프 카플란 블리자드 오버워치 개발 디렉터는 팀으로 만나지 않기 기능 도입 이유인 ‘이용자에게 무력감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특정 영웅 선택을 강요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를 언급한 바 있다. 비방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제재는 신고부터 시작…각사 대응은 현재진행형

게임 내 신고 항목 설명보다 각 게임의 이용약관 운영정책에 명시된 사항이 우선시되는 만큼 신고와 제재 가능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용약관은 각 게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오버워치의 경우 각종 불법적 행위 외에 ‘상대방이 불쾌하다고 느낄 수 있는 표현이나 행동, 언어사용’,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을 유발하는 행위들’이 운영정책상 금지 또는 제재 대상으로 표기돼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제재 대상인 ‘불건전 행위’ 중 ‘게임 진행 방해’ 등이 트롤 문제에 해당한다. 불건전 행위는 ‘타인의 게임 진행을 방해 혹은 괴롭히거나 채팅, 게시물 등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며 ‘언어 폭력’, ‘버그, 비인가 시스템 악용’ 등 항목이 자세히 나열돼 있다.

특히 ‘게임 내‧외적으로 고의 또는 지속적으로 타인의 게임 진행에 피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게임 진행 방해 사례로 게임 중 ‘탈주’, ‘자리비움’,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 등이 운영정책에 명시돼 있다.

각 게임사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트롤과 같은 불량 이용 문제는 이용자 신고 기반으로 제재가 이뤄진다. 게임 로그나 리플레이 영상 등으로 신고 사항을 모니터링하는 작업에 앞서 신고가 접수돼야 제재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신고‧제재 근거와 논리는 비슷하지만 각사의 대응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블리자드는 최근 신고에 따른 오버워치 이용 제한 조치 대상 305건을 추가 공개했지만 실제 이뤄진 신고 건수를 감안할 때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7월부터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한 바, 핵 유포자 수사 의뢰 등 불법 프로그램에는 적극 대응한 데 비해 아직 트롤 대응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라이엇은 약 2년 전부터 핵과 함께 트롤 문제에 적극 대응 방침을 정했고 신고 사례에 모니터링 인력과 더불어 비정상적 플레이 등을 식별해내는 자동화 프로그램까지 운영 중이다. 매주 대리 게임 등 불건전 행위 적발 현황을 공개, 지난 13일 기준 255차까지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트롤‧욕설 등에 대한 제재가 강하다는 이용자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슈팅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음성 채팅의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어떤 기록도 남지 않아 녹화본 등 ‘증거 자료’가 갖춰지지 않으면 언어 폭력 등에 대해서도 조치가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롤 문제의 경우 사실상 이용자의 게임 실력에 따라 트롤로 비춰질 수 있는 등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개발팀과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트롤에 대한 업계의 대응은 완전하지 못하지만 서비스 형태로 이뤄지는 게임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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