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과학상상화에서나 볼법했던, 소비자의 뒤를 쫓아다니며 제품을 추천해주고 계산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자율주행 카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하남에서 볼 수 있는 ‘일라이’다.
20일 오전에 찾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하남에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가 충전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이라 총 두 대 중 한 대는 부스에 놓여있었으며 한 대만이 매장 내에 위치해있었다.
일라이 개발을 주도한 ‘S랩’의 박태규 부장은 “최신 유통 IT기술이 집약된 풀 옵션 로봇 카트”라면서 “단순히 고객을 따라다니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내와 결제, 자동복귀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처음 본 일라이는 카트라기보다는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사기 또는 복합기의 형태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부피가 생각보다 커 소비자가 몰리는 주말에는 운용이 버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라이는 전기충전 형식으로 운행되며, 3시간 충전에 연속 사용시 최대 6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중간중간 충전이 이루어진다면 하루 내내 사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보였다.
기존 카트의 경우 적재 용량이 100㎏지만 일라이는 70㎏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아이들이 ‘로봇’이라면서 올라타거나 기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안전성을 감안해 70㎏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 제품 찾아주고 동선 최적화까지... ‘똑똑한 일라이’
카트 전면부 화면에서 시작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SSG Pay’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을 묻는 창이 떠올랐다. 시범을 보인 직원이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하고 바코드를 찍자 운행이 시작됐다.
처음 액정 화면에는 할인행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제품들의 팝업창이 떠올랐다. 소비자는 일라이를 통해 쇼핑에 앞서 전단 상품, 쇼핑 소요시간 등 다양한 쇼핑정보와 주차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시연한 것은 안내하기 모드였다. 당일 할인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각티슈와 칫솔 제품을 선택하자 일라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라이의 이동 속도는 성인 남성의 보폭보다 상당히 느렸다. 걸음이 느린 어린아이나 어르신들의 보폭에 맞게 설정된 듯 싶었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속도는 소비자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시연제품이다보니 범용적으로, 그리고 안정성에 우선을 두고 (속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개의 블록을 지나자 멈춰선 일라이는 화면에 제품 사진을 띄웠다. 설정한 제품 근처에 다다르자 운행을 멈추고 소비자에게 알린 것이다. 제품 바코드 일라이에 찍고 찍고 카트 위에 올려두자 화면에 가격이 기록됐다.
박 부장은 “여러가지 제품을 동시에 설정할 수 있으며 매장 어디에 있는지도 화면을 통해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 “일라이가 제품과 제품간의 동선을 최적화해 안내한다”고 말했다.
각티슈까지 쇼핑을 마치자 일라이는 더 쇼핑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다. 더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텍스트나 음성 검색을 통해 다시 설정해 쇼핑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계산을 원한다면 SSG Pay나 신용카드를 통해 즉석에서 결제할 수 있다.
시연을 지켜본 결과 넓은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 동선 역시 일라이가 설정해 빠른 시간내에 효율적인 쇼핑이 가능했다.
◇ 다소 아쉬웠던 따라오기 기능
두 번째 선보인 기능은 ‘따라오기 모드’였다. 모드를 선택하고 카트 앞에 서자 일라이가 소비자의 외형을 스캔했다. 대략적으로 체감하기에는 무릎부터 배 부위까지로 그날 소비자가 입은 복장 등을 기반으로 인식하는 듯 보였다.
다만 최초 인식까지 시간이 다소 소비됐으며, 일라이와 소비자 사이를 비슷한 복장을 입은 다른 소비자가 지나갈 경우 이를 인지하지 못할 확률도 있었다. 또 소비자가 보폭을 늘려 거리가 벌어질 경우 따라오기 모드가 자동 종료돼 실질적인 쇼핑에 도움을 받기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소비자가 쇼핑을 마치면 일라이는 ‘자동 복귀’ 기능을 통해 설정된 장소로 돌아간다. 현재는 시연 기간이라 마트 내부로 돌아갔지만 사용화된다면 충전소로 돌아가게 된다.
박 부장은 “소비자들이 편하게 일라이에 물건을 싣고 주차장까지가 차량에 제품을 실을 수 있다”면서 “일라이의 복귀 범위는 스타필드 하남 전 주차장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AI 카트’가 현실화 돼 시연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 놀라웠다. 이동·주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개선된다면 충분히 쇼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마트는 일라이 외에도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IT 기술들을 실제 매장에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미래 디지털 쇼핑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