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발 디스플레이 굴기, 애플리스크 등의 여파로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95.1%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 1위라고 마음을 놓을 수만도 없다. 세계 글로벌 OLED 시장을 잡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원 가량 줄었다.
업계는 애플의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주문사 애플의 패널 주문량을 1억만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조달한 OLED 패널은 약 5000만장으로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6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1분기 매출 5조6753억원, 영업손실 98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발 디스플레이 굴기로 인해 중국발 LCD 패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서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중국업체 BOE에서 많은 양의 LCD 패널이 공급될 것이란 예측에 거래사들의 패널 주문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BOE에서 패널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므로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의 성장과 국내 업체들의 투자 추이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AMOLED 패널 시장을 주목해왔다. AMOLED 패널은 현재로서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패널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는 AMOLE 출하량이 4억9000만장에 욕박할 예정이며 2022년까지 9억4800만장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글로벌 패널 제조사들은 지난 2년간 너나 할 것 없이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들은 LCD 대비 2배 높은 가격, 스마트폰의 고품질화로 인한 신규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AMOLED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AMOLED 공장 건설 혹은 증설은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중국 제조사들의 AMOLED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맞물리며 한중 간 기술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은 커졌다. 한국 패널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패널 제조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며 “지금으로서는 국내 제조사들이 우위를 선점한 OLED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