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한방톡톡] ‘불면증’에도 종류가 있다…치료법 어떻게 다를까

[쿡기자의 한방톡톡] ‘불면증’에도 종류가 있다…치료법 어떻게 다를까

신체적, 정신적 원인 따라 처방되는 한약 달라

기사승인 2018-05-03 00:20:00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는 ‘숙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해 밤을 지새우거나 전문가들의 권고대로 7~8시간을 자지만 자주 깨서 뒤척이거나, 또는 꿈을 많이 꾸거나 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피로가 풀리지 않고, 일상생할에 지장을 주는 한편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는데요. 정선용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를 통해 한의학에서의 불면증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정선용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을 크게는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나누어서, 더 자세하게는 기혈의 순환과 오장육부의 문제를 통해 진단합니다. 허증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원동력 혹은 구성물질이 돼야 하는 요소들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실증은 부족한 요소가 없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혹은 인체 대사나 정서의 문제에 의해서 무언가가 과해져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의미합니다.

허증에 속하는 원인으로는 심담허겁(心膽虛怯), 영혈부족(營血不足), 음허내열(陰虛內熱)이 있습니다.

심담허겁형 불면은 깜짝깜짝 놀라면서 깨는 것, 가위눌림, 꿈을 많이 꾸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 교수는 “위축된 심리상태가 확연하게 드러나며 공포감, 불안감 등의 정동의 불안정이 나타난다. 정신상태를 총괄해주는 심, 판단과 결단의 중심이 되는 담이 동시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혈부족은 혈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혈이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적인 기반을 의미하는데, 혈이 부족하면 기(氣)가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안정하지 못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몸이 지쳐서 너무나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음허내열은 우리 몸의 물이 바짝 말라버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큰 냄비를 끓이고 있을 때 냄비 바닥이 타지 않는 이유는 물이 넉넉하게 끓으면서 열을 받아내기 때문이고, 물이 다 말라 없어지기 시작하면 화력이 더 세어진 것도 아닌데 냄비 바닥이 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몸의 정기나 진액이 고갈된 상태가 지속되면 밤시간에 열감이 느껴지며 초조하며 잠을 청하기가 힘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증에 속하는 원인으로는 사결불수(思結不睡), 담연울결(痰涎鬱結), 위중불화(胃中不和)가 있습니다.

정 교수는 “사결불수형의 불면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잠이 달아나버린 상태다. 한 가지 생각을 골똘하게 하며 이를 떨쳐낼 수 없게 되면 결국 그 생각이 뭉쳐지게 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쉬고 명치끝이 불편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담연울결형은 이렇게 뭉쳐진 생각들, 스트레스들이 극도로 심해져서, 혹은 평소 만성적으로 소화가 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돼서 담(痰)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은 증상들, 화들짝 놀라고 계속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증상 등 매우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때때로 공격성이나 충동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위중불화형은 소화기계문제로 잠이 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속이 거북해서 편하게 누워있을 수가 없고, 먹은 것이 올라오려고 하며 트림이 계속해서 나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포만감이 지나쳐서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잠깐 자더라도 속이 불편해서 깨게 됩니다. 

정 교수는 “한의사는 이같은 진단을 토대로 불면증의 원인에 따라 한약치료, 침구치료를 시행하고 필요시에 기공 및 양생법 등을 교육한다”고 말했습니다.

불안이나 잡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경우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한약을, 소화장애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에는 소화작용을 돕기 위한 한약을 처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침구치료는 전반적인 자율신경기능계의 균형을 도와주기 위해 시행됩니다.

또 스스로가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도 중요한 방법인데, 편안한 감각을 유도해 효과적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자율훈련법, 숨을 편안하게 내쉬는 방법,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호흡교육 등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수면환경을 중요시했다. 잠을 잘 때는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좋다고 했으며, 등불을 켜지 말고 적당한 두께의 이불을 덮어야 한다. 또 배가 너무 부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지고 되도록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에 자극적인 활동을 피하고, 담배나 자극적 약물을 피해야 한다. 특히 오후나 저녁부터는 커피, 콜라, 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며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고플 경우에는 우유나 간단한 간식은 도움이 되지만 배불리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유가 소화가 잘 안 되는 분은 두유를 드시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잠들기 전 3~4시간 이내에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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