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간 ‘선을 넘는 녀석들’이 이번에는 진정성 있는 역사 방송으로 탐사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다. 독일의 히틀러, 나치의 참혹한 역사를 마주하며 피해자의 사연까지 알아간 선녀들은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는 현재의 우리가 생각할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줬고, 생생한 감정까지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단순한 여행 예능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200%로 충족시키고 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그 어떤 예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어 다시 돌려보고 돌려보는 방송으로, 개인을 넘어 ‘가족 소장 방송’의 새 역사를 쓰는 등 시청자들의 극찬 속에서 이들의 발걸음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에겐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릴 정도다. 시청률은 닐슨 수도권 5.2%로 동시간대 2위, 금요일 밤 예능 격전지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이하 선녀들) 7회는 김구라-이시영-설민석-차은우-다니엘이 걸어서 ‘프랑스-독일’ 국경을 넘은 뒤,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고통이 깃든 독일 곳곳의 장소를 방문하며 ‘반성의 역사’를 마주했다.
프랑스에서 독일의 국경을 트램으로 넘은 선녀들은 함께 다시 라인강 위 다리로 올라가 국경을 넘나들며 포토타임을 갖는 등 신기한 체험을 만끽했다. 이후 선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우토반을 직접 체험했다.
선녀들 중 유일한 국제면허 소지자인 이시영이 운전대를 잡았다. 아우토반 진입 초 잠시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신기하다”면서 레이서로 변신해 폭풍 질주 본능을 뽐냈다. 이를 본 설민석과 차은우는 “툼레이더 같다”, “누나 달려~”라며 감탄을 쏟아내는가 하면 아우토반에 어울리는 독일식 맞춤 음악까지 선곡해 틀어 드라이브에 흥을 보탰다.
아우토반을 달려 공항에 도착한 선녀들은 곧바로 베를린으로 이동,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물과 터를 그대로 보존하며 추모공원, 박물관으로 어두운 역사를 박제한 ‘작센 하우젠 강제수용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작센 하우젠 강제수용소에 도착한 선녀들은 다니엘의 안내와 설명 속 나치의 만행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수용소 정문을 A라 칭하고, 마지막 사형의 공간인 ‘스테이션Z’에 이르는 작명까지 잔인한 이 곳은 걸어 들어왔던 수용자들이 한 줌의 재가 되고 나서야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강제 노동은 물론 생체실험까지 자행됐던 과거의 역사를 마주한 선녀들은 참담함에 고개를 떨궜다. “나이 제한 없이 어린 아이들도 들어왔느냐”는 차은우의 질문에 다니엘은 “어린아이들도 실험대상이었다”고 답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에 대해 설민석은 “이게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일이고, 피해자가 생존해 있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센 하우젠 강제수용소의 참담함을 확인한 선녀들은 다음 행선지인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석조 공원이 그 곳. 희생당한 유대인을 추모하고 독일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공간에 도착한 선녀들은 절로 숙연해 졌다.
추모공원의 구조가 나치의 가스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다니엘의 설명에 차은우가 “히틀러는 왜 유대인을 싫어한 것이냐”고 묻자, 설민석은 “유대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증오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히틀러는 국민의 단합을 위해 독일 몰락 원인을 유대인에게 돌리고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600만명을 죽였다”고 설명했다.
추모공원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실제 사연을 들어볼 수 있는 공간과 학살당한 유대인 가족의 사진과 편지 등이 전시돼 있어 당시 참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을 보던 설민석은 “이방인 입장에서도 가슴이 저미는데…”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린아이들의 희생에 분노한 이시영은 “분노를 표출 하지 않을 수 없는 답답한 공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거와 교차되며 지금까지 선녀들 여행 중 가장 어두운 과거로의 여행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녀들은 희망을 발견했다. 설민석은 “독일 입장에서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역사지만 이를 감추거나 부정하지 않고 널리 알리고 반성하는 모습에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 가이드 역시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일본이 사과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은 독일의 역사적 반성을 눈으로 생생하게 바라보며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제작진은 설민석을 비롯한 선녀들이 역사적 지식을 나눌 때 세세한 설명을 자막으로 처리함과 동시에 자료화면으로 여타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선 보지 못한 그림과 엄숙함, 그리고 진정성 있고 정성스런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극찬이 또 다시 쏟아진 이유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