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을 위한 논의가 학생부 위주 수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 정시의 필요성을 각각 주장하는 대립양상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대입개편 특별위원장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비율을 정해 권고하기 어렵다”는 발언은 대입개편을 둘러싼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불렀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개편 특위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과정에서 공론화 범위를 정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친 전문가 협의회를 가졌다. 협의회는 교원단체와 일반 교원 및 학생, 학부모·시민단체, 대학 입학처장, 학계·민간전문가들을 그룹별로 구분해 비공개로 이뤄졌다.
협의회에 참석한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은 대체로 학생부를 바탕으로 한 수시 모집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수능으로는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부 협의회에서는 협의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단체 등이 소외됐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협의회에서 의견을 제시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시 모집을 확대하면서 교육현장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수시 모집 비율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협의회 내에서도 교육 주체인 학생, 학부모가 학종에 대해 큰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은 도마 위에 올랐다.
4차례 주요 권역을 돌며 공개적으로 실시된 ‘국민제안 열린마당’ 공청회에서는 학생부의 문제점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잇따랐다. 17일 4차 공청회에서 한 학부모는 “학종은 내신 최상위권 아이들을 다시 비교과로 서열화하고 있다”며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수능의 한계를 짚은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학생은 “정시는 획일화된 유형을 안고 있으며, 이는 자금력이나 정보력을 이용해 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청회는 마지막까지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지난해 2021학년도 대입개편 논의 때부터 거론됐던 의견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진전 없는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개편의 심판 역할을 맡은 대입개편 특별위의 김진경 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적정한 학종·수능 비율을 정하는 것에 회의적 입장을 내비쳐 논란을 불렀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청회 의견을 들어보니) 수능 비율은 전국에서 일률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며 “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수시·정시 전형의 통합 여부에 대해서도 “통합했을 때 수능전형과 학종전형, 교과전형 칸막이가 허물어지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올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는 각계의 주장이 첨예한 전형 간 비율과 모집시기를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앞서 교육부는 △학종·수능 간 적정 비율 △수시·정시 모집 통합 여부 △수능 절대평가 확대 여부 등 대입개편 주요 쟁점을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위원장의 발언 취지는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장 여론의 일부를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 공론 범위는 공청회와 전문가 협의회 결과, 누리집 의견수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