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RPG가 4년 이상 준비해온 PC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크아크’가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 동안 비슷한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의 경쟁작들이 흥행에 실패하거나 개발 취소된 가운데 한층 더 갈고 닦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 4년의 기다림…장점 그대로, 단점은 개선
지난 23일 출시 전 ‘파이널 CBT(비공개시범테스트)’를 개시한 로스트아크는 2014년 게임쇼 ‘지스타’를 통해 처음 윤곽을 드러낸 후 2016년 1차 CBT, 지난해 2차 CBT를 진행했다.
첫 공개 당시 미려한 그래픽과 연출, 호쾌한 전투 액션 등으로 다수의 게이머들이 로스트아크에 주목했으며 과거에 비해 국산 PC MMORPG 흥행작이 크게 줄어든 당시 분위기에 따라 일부에서는 ‘한국 게임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다소 과장된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나 첫 CBT에서 베일을 벗을 때까지도 로스트아크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은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발 현황, 출시 시점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거나 출시 후 지나친 부분유료화 과금으로 게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곤 했다.
두 차례의 CBT를 통해 로스트아크는 우수한 그래픽과 연출, 박진감 있는 전투 액션으로 기다리던 이들 다수를 만족시켰으며 특히 2차 테스트에서는 1차에서 지적된 평면적인 스토리, 독창적 콘텐츠 부족 등을 만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스마일게이트 RPG는 오는 3일까지 12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CBT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통상적으로 출시 전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서 세부 편의 시스템과 UI(이용자인터페이스), 트래픽에 대응하는 서버 운영 등을 점검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명이다.
즉 이미 로스트아크의 기본 골격은 잡혀있는 상태며 지난 두 차례 테스트에서 나온 이용자 의견을 수렴, 전반적인 수정을 가하고 이번 최종 테스트 점검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지난 3월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5회에 나눠 소개한 바 있다.
먼저 ‘워리어’, ‘파이터’, ‘헌터’, ‘매지션’ 4종으로 구성되는 기본 클래스(직업)에서 각각 파생되는 클래스로 파이터에서 전직 가능한 ‘기공사’, 헌터에서 전직하는 ‘호크아이’ 등이 새로 추가됐다. 이로써 각 클래스에서 3가지씩 나눠지는 세부 클래스는 총 12종이 됐다.
그래픽은 세부적인 광원효과와 애니메이션 등이 개선됐다. ‘다이렉트X 9.0c’ 이상을 지원하는 그래픽 효과는 이상 일부 고사양 게임에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정교한 3D 모델링과 자연스러운 색감, 2D‧3D가 어우러지는 화려한 배경과 시각효과 등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특유의 웅장한 연출이 시각적 만족감을 높인다.
사운드는 여전히 타격 시 묵직하고 분명한 효과음으로 여전히 액션‧전투에 높은 만족감을 선사하며 전문 성우들의 다소 힘이 들어간 목소리 연기도 타 게임들과 비교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또한 CBT 2일차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접하기 어려웠지만 지난 테스트에서 지적된 일부 클래스가 PvP(이용자 대전)에서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밸런스 문제를 일부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 강한 클래스와 다양한 연계기 덕분에 대전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가 많아 지속적인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캐릭터 ‘성향’, ‘카드배틀’ 등 새로운 시스템과 신규 모험 지역을 추가하고 장비 아이템과 편의 시스템 개편, NPC(비플레이어 인물) ‘호감도’ 시스템 변경 등으로 콘텐츠를 다듬었다.
특히 2차 CBT에서 처음 선보인 ‘항해’ 콘텐츠를 강화했다. 선박 스킬과 선원 능력 조정, ‘전용선원’ 개념 추가가 이뤄졌으며 항해가 보다 용이하도록 보급품 관리방법을 변경하고 방문했던 대륙 간 정기선을 통한 이동도 가능해졌다. 새로운 해역과 협동‧돌발 퀘스트 등도 더해 개별 콘텐츠로써의 완성도를 높였다.
▶ ‘핵 앤 슬래시’ 아직 먹힐까…모바일도 위협
이처럼 완성도를 다듬은 로스트아크지만 지난 4년 동안 변해온 시장 상황은 정식 서비스 성패의 변수로 꼽힌다.
먼저 로스트아크와 같은 쿼터뷰(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 핵 앤 슬래시 방식 RPG가 최근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은 적신호다.
과거 일부 풀 3D 방식 MMORPG들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단조로운 전투 방식 등 한계를 보여주면서 이에 식상함을 느낀 게이머 일부는 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다수의 적을 시원하게 쓰러뜨리는 쿼터뷰 시점 핵 앤 슬래시 방식을 선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요를 공략하는 대표작으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2012년 출시됐지만 전작 ‘디아블로2’의 폭발적인 인기를 잇지 못했고,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뮤 레전드’는 현재 PC방 게임 사용시간 순위 81위(게임트릭스 기준)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로스트아크, 뮤 레전드에 이어 2016년 첫 CBT를 진행했던 NC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은 지난해 개발이 취소되기까지 했다. 자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으로 리니지 이터널을 준비하던 NC는 프로젝트를 사실상 백지화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TL’로 선회했다.
오히려 지난 1월 넥슨이 선보인 중국 텐센트의 풀3D MMORPG ‘천애명월도’가 장르 내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핵 앤 슬래시 MMORPG의 시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모바일 MMORPG의 급격한 발전도 위험 요인이다. 기존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 수준을 끌어올린 펄어비스의 ‘리니지2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올해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등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직접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MMORPG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캐릭터 육성이 주된 콘텐츠인 만큼 자동 이동‧전투 등 모바일 기기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이 대중화 된 지금, PC 게임은 그래픽과 박진감 있는 액션 조작에서 상대적 우위를 지켜야 하고 진행의 지루함은 덜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로스트아크의 경우 가장 큰 특징으로 웅장한 연출과 호쾌한 액션이 꼽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반면, 모바일에 비해 쪼그라든 PC MMORPG 시장에서 최근 대세인 슈팅‧MOBA(멀티플레이온라인배틀아레나) 장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이 재미있다면 플랫폼, 장르와 상관없이 유저(이용자)들이 찾을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