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잡초로 취급받던 ‘긴병꽃풀’(사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모기에 물렸을 때 염증을 탁월하게 완화하는 약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는 호서대학교 이진영 교수팀과 함께 긴병꽃풀의 항염 효능을 실험을 통해 검증, 천연 모기물림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긴병꽃풀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경기도와 전남, 경남, 황해도 등의 들판과 산지 등 습기 찬 땅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 농가에서는 그동안 잡초로 인식, 매년 김매기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모기에 물렸을 때 긴병꽃풀을 으깨어 상처에 바르는 행위에 착안, 긴병꽃풀의 성분을 추출해 ‘모기물림 치료제’로 환골탈태시키는 연구를 지난 2017년 4월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연구는 염증실험에서 주로 쓰이는 대식세포에 염증반응을 유도한 후, 긴병꽃풀 추출물의 항염 효과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긴병꽃풀 추출물에 처리된 대식세포의 생존율이 1000μg/ml 농도에서 95.8%로 높게 나타났다. 대식세포는 우리 몸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을 삼켜 분해함과 동시에 염증을 유도하는 물질을 분비해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며, 생존율이 높을수록 긴병꽃풀 추출물이 대식세포에 가하는 독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염증반응의 대표적 지표인 산화질소의 생성량을 37.4% 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산화질소는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혈관 확장, 인슐린 분비, 혈관 생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분에서 세포 신호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염증반응에 의하여 생성되는 고농도의 산화질소는 염증반응을 촉진해 염증부위의 조직손상을 일으킨다. 즉 산화질소의 생성량이 많아질수록 염증반응의 강도는 강해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지난 4월 한국생명과학회 학술지에 게재했다. 또한 천연 모기물림 치료제의 시제품 개발과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현재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그간 잡초로만 인식되던 식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재차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산림환경연구소는 단풍잎돼지풀과 개망초를 기능성 화장품으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식물의 채취와 소비를 촉진해 농가의 신소득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순기 도 산림환경연구소장은 “소위 민간요법으로 불리는 우리 선조들의 식물사용 사례에는 유용한 지혜들이 숨겨져 있다”며 “지속적으로 민속자원식물에 대한 검증 연구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