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영업자의 눈물' 닦으려면

[기자수첩] ‘자영업자의 눈물' 닦으려면

기사승인 2018-05-31 05:00:00

‘결국은 치킨집’는 말은 업종의 우수성이나 안전성에 기반한 말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힘겹게 밀어온 사람들이 인생의 다음 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뻔하다는 자조섞인 농담이다. 그러나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선택의 폭은 적다. 창업이라는 레드오션에 자신의 반평생이 담긴 돈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창업에 있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임차료’와 관련해 사업자들을 보호해주는 정부의 장치가 마뜩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외식업체의 82.5%가 사업장을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즉 열 명 중 여덟 명이 ‘세를 들어’ 장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땅값과 건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에서 사실상 임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임대차 보증금과 관련된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1만1713건으로 하루 평균 50건에 달한다. 분쟁 조전건수도 2015년 29건에서 2016년 44건, 지난해 77건으로 매년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소수 상가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져도 이후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한다. 20~30대가 찾는 무슨무슨 거리, 무슨무슨 골목이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프랜차이즈와

이러한 임대차 분쟁이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국회는 서둘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했다. 개정안은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추고 환산보증금 상향조정을 통해 보호법을 적용받은 임차인의 비율을 70%에서 90%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자리에서 안정적인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제도수립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 5년으로 정해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은 2001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 이후 17년간 그대로다. 현재 외식업계에서는 이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외식업체 사업장 평균 임대계약 기간은 2.6년에 불과하다. 현 사업장 영업기간이 6.7년인 것에 비하면 한 자리에서 두 번 이상 계약이 갱신되는 셈이다. 물론 전체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차 비용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접수된 법률상담 내용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사업장 영업 평균기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맹점을 이용해 과도한 임대료의 인상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활자로 느끼기에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법에 저촉되지도 않으며 사고현장처럼 참혹하게 와닿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영업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삶의 터전에서 내밀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현실적인’ 법의 재개정이다. 글자가 아닌 현장이 우선되는 법의 재개정이 속히 이뤄지길 바래본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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