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무더위 야구장 음주, 갈증 해소하다 만취관중 될라

[건강 나침반] 무더위 야구장 음주, 갈증 해소하다 만취관중 될라

기사승인 2018-06-05 05:00:00
글·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의학박사

[쿠키 건강칼럼] 2018 프로야구를 향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는 가운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관중들의 맥주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 

시원한 맥주는 직접적으로 감각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뇌에 차가운 느낌을 강하게 전달시켜 물보다 맥주의 청량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마시는 순간만 시원한 것일 뿐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대사과정에서 수분 손실이 유발돼 결국 갈증을 심화시키고 더 덥게 느껴져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위 속에 마시는 술은 같은 양을 마셔도 더 빨리 취하기 쉽다. 더운 날씨가 체온을 상승시켜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알코올의 체내 흡수가 빨라져 평소보다 빨리 술에 취하게 된다. 적당한 양의 음주는 기분을 좋게 하고 더 신나는 응원 분위기를 만들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의 주량을 넘기고 과음해 만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야구장에선 만취한 관중 때문에 주변 관중이 피해를 입거나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 6월에는 한화와 삼성 경기 중 3층 관중석에 있던 남성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떨어진 파울볼을 줍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2층 관중석 지붕 위로 넘어가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2014년에는 경기 판정에 불만을 품은 만취관중이 심판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만취관중’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5년부터 ‘SAFE 캠페인’을 시행해 1인당 1ℓ, 1병 이하로 주류 반입을 제한하고 도수가 높은 주류 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구장에서 판매하는 주류 역시 1인당 4잔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구매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반입 제한 물품을 몰래 숨기거나 소주를 생수병에 담아오는 등 다양한 편법까지 난무해 이러한 제한과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맥주를 포함시킨 야구장 전용 세트메뉴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베큐존을 설치하는 등 음주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를 관람할 때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야구장 공식처럼 굳어진 관대한 음주문화가 결국 만취관중을 만드는 원인이다.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만큼 관중 스스로 과음하지 않도록 자제해 성숙한 관중문화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야구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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