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학력저하정책 더는 못본다” 보수 교육감후보들의 반격

[6·13 지방선거] “학력저하정책 더는 못본다” 보수 교육감후보들의 반격

기사승인 2018-06-10 00:06:12

[편집자주]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임박했지만,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 및 광역단체장 선거에 묻힌 데다 북미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더해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진영논리에 얽힌 대결 구도만 부각되며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 이념에 따른 공방이 앞서면서 정작 중요한 구체적 정책 제시 등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 이에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총 3편에 걸쳐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과 선거 풍토 개선의 필요성을 짚어보고, 진보와 보수의 입장에 서서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을 최근 교육계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정리·비교한다.

전국 시·도 교육감 17명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오는 13일 단체장·지방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5월 30일 기준 교육감 선거 후보자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총 5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쟁률은 3.47대 1이다. 이 중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 22명은 ‘교육본질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진보 진영으로 쏠렸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대전과 울산, 대구, 경북 4곳뿐이다. 모두 지금껏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학교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권을 신장시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보수 후보들의 제안은 그간 진보 교육감들이 전개한 개혁 작업이 성급했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보수 후보들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실험 잣대를 거두고, 안정적 여건 속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는 보수 후보들이 현직 프리미엄 등을 등에 업은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기세를 꺾고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학력 신장’ 뒷받침… “혁신학교 기초학력 미달자 속출”

동국대 법학과 교수인 박선영 서울 교육감 후보는 5일 정책발표회에서 “조희연 후보가 학생 간 경쟁을 죄악시해 학력을 저하시켰다”고 단언했다. 이어 “조 후보가 임기 내내 홍보하고 더 늘리려 하는 혁신학교는 수학, 영어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끔찍하게 많다”고 전했다. 박 후보의 공약 키워드는 ‘학력 향상’, ‘경쟁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박 후보는 학력 향상 대안으로 “고교 입시에서 학군과 상관없이 희망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할 것이며 학교가 자체 선발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보수 후보들은 대체로 혁신학교 등이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혁신학교가 보수 진영의 주공략 대상이 된 셈이다. 기존 학교교육의 틀을 깨는, 학생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만큼 유권자들도 그 확대 여부에 주목한다.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해 실질적 창의·인성교육을 전개하자는 취지의 혁신학교는 입시경쟁 교육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지만 학교질서 혼란, 학력저하 등의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충북교육학회 회장인 심의보 충북 교육감 후보는 지난달 30일 후보자 토론회를 통해 혁신학교 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기초학력 미달자의 속출을 두고 보는 것은 공교육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혁신학교와 달리 비혁신학교에는 지원이 없는데, 학교 간 차별을 일으키는 교육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후보들은 현행 혁신학교를 재검증하거나 필요하다면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진보 후보들과 각을 세웠다. 강원미래교육연구원 원장인 신경호 강원 교육감 후보는 “순위를 매기는 게 불행하다는 교묘한 논리로 인해 학생들은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그 결과 학업 성적은 떨어지고 학부모들은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고 비판했다.

▲ “자사고·특목고 존속… 선택기회 빼앗지 말아야”

전국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외국어고·국제고)가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이들 학교를 둘러싼 폐지 문제도 이번 교육감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진보 후보들이 자사고, 특목고를 ‘특권학교’로 규정하고 폐지 방침을 내놓았다면, 보수 후보들은 학생들의 선택 기회를 보장하고 고교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교육부는 지난해 자사고, 특목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는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추진해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또 법령을 정비해 자사고, 특목고 지정 및 취소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기로 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된 지역을 중심으로 자사고, 특목고의 폐지 수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에 보수 후보들은 “학생에게 학교를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자사고, 외고를 폐지하겠다는 현 정부 인사들 중에서도 자녀들을 자사고나 외고, 강남8학군에서 교육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학부모와 학교 재단이 교육비를 부담하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교육청 예산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도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다. 그 비용을 아껴 융·복합 등 미래 교육에 투자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인천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을 지낸 고승의 인천 교육감 후보는 “대입제도의 큰 변화 없이 무조건적으로 이뤄지는 고교 평준화는 인재를 키워내는 가능성마저 불식시킬 수 있다”며 “자사고, 특목고의 경우 해당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가 원하면 계속 운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충남미래교육연구원 원장인 명노희 충남 교육감 후보 역시 “자사고, 특목고는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생들의 학력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 “공정성 기하려면 수능은 상대평가”… 초등 1·2학년 외국어수업 허용

박선영 서울 교육감 후보, 임해규 경기 교육감 후보, 최순자 인천 교육감 후보는 1일 ‘서울·경기·인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공동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육감 선거를 1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유권자를 향해 던진 승부수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공정성은 기회가 균등한 교육이 실현될 때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표적 대입 전형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정시 비중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 후보는 한 목소리로 “중3부터 고2까지 입시제도가 달라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더 이상 좌파 교육감들에게 수도권 교육을 넘겨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교육과정 연계’를 제시했다. 대입전형 3년 예고제를 6년 예고제로 바꾸기 위한 공동 대응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입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외국어수업을 허용하겠다는 제안도 공동 공약에 포함됐다. 정부가 금지를 검토했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확대하겠다는 교장공모제에도 보수 후보들은 반기를 꽂았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성호 경남 교육감 후보는 “전교조 교사들의 등용문으로 전락한 교장 공모제를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투명한 인사체제로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대 인문대 학장을 역임한 김성진 부산 교육감 후보도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톱10 공약’을 내놓으며,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보수 후보들의 이 같은 제언들은 교육 본질을 회복하자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학교 자율성 및 교권 강화 등 다른 주요 공약도 진보 진영의 개혁정책에 대한 우려를 담아내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개혁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력이 떨어지는 점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보수 후보들은 기존 교육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롭고 다양한 비전을 고민하고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는 “교육감 후보들이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전인교육의 중요성”이라며 “말로는 학생들의 협동·협업을 강조하지만, 경쟁 구도 안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명예교수는 “교장과 교사, 상담사 등이 학생 개인을 보듬는 ‘팀 케어’를 할 수 있도록 단계적 시스템을 구현한다면 교육현장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