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게임이 정신질환?...“국내 청소년 잠재 질환자 14만”

[게임 로그인] 게임이 정신질환?...“국내 청소년 잠재 질환자 14만”

기사승인 2018-06-19 19:46:41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올려 내년 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추진하려던 것을 유예했다가 다시금 진행하는 것이다.

논의가 통과되면 2022년부터 적용되며 게임 중독은 사실상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 WHO는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 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ICD-11을 근거로 게임 질병코드가 분류될 경우 그 모호한 측정 방식에 따른 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잠재적 정신질환자에 포함되거나 병역 기피 등에 악용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지난해 기준 청소년 인구 542만9550명 중 87.9%에 해당하는 477만2574명이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이 중 3%만 게임 장애 진단을 받더라도 약 14만3000명 이상 청소년이 정신질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WHO는 전체 게임 이용자 중 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은 3%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게임 업계는 “이용자들 중에는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며 “게임이 중독이나 정신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의료계나 심리학계 어느 분야에서도 명확하게 증명된 바 없다”고 반박해왔다.

업계의 이 같은 반응은 WHO의 시도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뿐 아니라 산업 자체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어떤 임상적 실험 데이터나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아 당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ICD와 함께 정신과 진단 기준을 제시하는 미국 정신의학회 DSM(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이 이 같은 이유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인터넷 게임 장애를 진단 기준에 넣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또한 업계는 게임의 부정적 영향 외에 게임이 학업 성적이나 사회성, 시각‧지각 능력 상승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게임이 노년층의 우울증 감소부터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게임 장애 질병 분류에 대한 반발은 국내 업계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게임산업협회(ESA)는 “40년 이상 전 세계 20억명 이상 사람들이 비디오 게임을 즐겨왔고 그 동안 진행된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비디오 게임이 중독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게임 중독 질병 등재는) 우울증이나 사회 불안 장애처럼 정말 치료가 필요하고 의료계의 관심이 필요한 정신 건강 문제를 가볍게 보이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에서 게임은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류’로 불리는 영화, 음악 산업의 기여도를 크게 앞선다. 그럼에도 이미 ‘셧다운제’ 등 게임 이용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규제 정책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독’이라는 개념의 정의를 분명히 하기 전에 게임 장애라는 질병을 따로 분류, 규정할 경우 부정적 인식으로 산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면밀한 판단이 수반돼야 하는 다양한 주제에 근거로 활용돼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게임 뿐 아니라 모든 규정과 규제가 공통적으로 갖는 속성이다. 한 번 자리 잡은 사회적 인식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위험성이 있다. 게임의 유해성을 이유로 술, 담배 등과 같은 징벌적 세금을 부과, 콘텐츠로써의 긍정적 기능을 차단하는 미래도 예상해볼 수 있다.

가정에서 TV를 ‘바보상자’로 부르며 아이들의 시청을 일방적으로 막던 시절이 불과 20여년 전이다. 스마트폰 이용 확산이 사회를 파괴한다는 우려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모두 해당 문물의 기능보다 특정 일면에 따른 유해성 만을 강조한 것이다.

기술‧문화의 변화와 부작용은 이에 대한 올바른 사용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있는 게임에 대한 상투적인 부정보다는 긍정적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하는 게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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