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카와 30년 지기 등 측근의 증언을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공개했다. 이 부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이다.
조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지난 2008년 12월 다스 경영 보고문건을 작성,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부사장은 “청와대 응접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1 대 1 티타임을 가졌다. 이때 도곡동 땅 자금 내역과 횡령금 120억원을 잘 처리했다고 보고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동형이 잘했네. 너 혼자 다 해도 되겠다’라고 칭찬했다”고 주장했다. 다스의 ‘실소유주’인 이 전 대통령에게 현황을 보고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도곡동 땅은 이 회장과 처남 고(故) 김재정씨가 지난 1985년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사들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부지를 말한다. 해당 부지는 10년 후 17배 오른 가격으로 포스코 등에 팔렸다. 이 돈의 일부는 다스의 출자금으로 쓰였다.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이 부사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기억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재판에서도 다스의 비자금 조성 현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측근들의 증언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성우 전 다스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다스의 경영현황 자료나 비자금 조성 내역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삼성그룹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1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모르는 일”이라거나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구속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재판에서도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무죄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