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사망자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노조 측과 친박(친박근혜)단체가 이틀째 대치를 벌였다.
4일 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원 고(故) 김주중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전날인 3일 대한문 앞에 설치했다. 노조는 이날 “해고자 복직이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김씨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다. 쌍용차 노사가 지난 2015년 해고자 전원을 2017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고 김씨는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30번째 사망자다. 노조는 지난 2012년 대한문 앞에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을 기리는 분향소를 설치, 1년가량 운영했다.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은 노조의 분향소 설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국본은 분향소 천막에 달려들어 분향 물품을 강탈하거나 분향소를 지키려는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경찰은 3개 중대의 인력을 배치, 양측을 갈라놨다.
그러나 충돌은 지속됐다. 국본 측은 노조의 추모제 행사 도중 “금속노조 회사로 돌아가라” “금속상조 이벤트 물러가라” “시체팔이 그만둬라”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친박단체 등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태극기 성지인 대한문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본 측은 먼저 대한문 앞 집회를 신고했기 때문에 쌍용차 노조의 집회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뒤에 집회 신고를 했다고 해서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노조 측이 분향소의 위치를 조금 이동하기로 하면서 실랑이는 잦아들었다. 노조는 “시민들이 고인에 대한 추모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때까지 분향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