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서울시내에 장갑차 500여대와 특전사 등을 투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는 6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내에 군 병력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이 기록된 기무사의 내부 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센터는 “해당 문건은 당시 기무사 1처장이었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소장)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해 3월 당시 청와대에 30사단 1개 여단과 1공수여단, 20사단 1중대를 투입하고 헌법재판소와 정부청사에는 20사단 1개 중대와 2개 중대를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에는 20사단 1개 여단을 보내고 광화문 일대에는 30사단 2개 여단과 9공수여단을, 여의도에는 20사단 1개 사단을 투입한다는 안도 있었다. 대테러부대로 알려진 특전사 707대대는 출동대기 후, 중요시설을 탈환할 때 투입한다고 적혀 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도는 각 1개 군 사단과 1개 특전사 여단을 배치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센터는 “계엄군으로 동원할 부대와 병력의 규모, 동원한 부대들의 배치까지 모두 세세하게 나열하고 있다”며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비상계엄이 목표라는 언급도 있었다. 센터는 “기무사 문건에는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시해을 검토’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행정·사법을 마비시키고 군이 관장하는 비상계엄을 단번에 선포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위수령과 경비계엄을 징검다리 삼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토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계엄선포 이후 정치인과 주요 인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계획도 있었다. 탄핵 기각 이후 진보(종북) 특정 인사의 선동으로 집회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주동자 등의 계엄 사범을 색출하여 사법처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통원해 이들의 SNS 계정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계획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은 모두 체포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문건 작성에 관여한 책임자들을 낱낱이 밝혀 고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센터는 “문건을 보고 받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문건을 보고한 조현천 전 기무사 사령관, 계엄사령관으로 내정된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병력 동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홍모 육군참모차장, 조종설 전 특정사령관 등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센터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기무사의 ‘내란 음모’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은 지난 2016년 11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하며 불거졌다. 추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계엄령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며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후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지난해 3월 초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