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현장을 찾은 정현백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의 행보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정 장관의 경질 청원에는 4만8583명이 동의했다. 게시자는 “혜화역 시위는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피켓이 가득했다. 일부 극렬 페미니즘 추종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반정부 선동에 동조하는 정 장관은 현 정부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정 장관의 경질 또는 파면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노상에 모여 함께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가부 장관으로서 직접 듣고 싶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은 땡볕에도 불법촬영·성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국가기관과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성토했다”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남성혐오’ 발언이 나온 것이 문제가 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문재인 재기해”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의 여성정책을 비판했다. 재기해는 지난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목숨을 끊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 장관에 대한 비판이 일자 옹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9일 정 장관의 경질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정 장관에 대한 경질 청원마저 여성혐오”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혜화역 시위를 방문한 후) 페이스북에 후기를 올렸다. 그러나 정 장관님에 대한 경질청원만 4만명이 넘었다. 같은 행동을 해도 남성은 괜찮고 여성은 경질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정당하냐”고 반문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용기’는 지난 5월19일 불법촬영물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첫 주최했다. 수사 기관이 성별에 따라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시위 내용의 골자다. 앞서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됐다. 사건 발생 12일 만에 가해자가 검거됐다. 이에 여성이 불법촬영물 피해자일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