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희(57, 가명)씨는 요즘 돌아서면 화장실에 간다. 유난히 소변이 자주 마렵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 5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는가 하면, 옅은 잠에 들었다가도 요의를 느껴 깨는 경우가 다반사. 박씨는 “한바탕 화장실에 들락거리다보면 금세 새벽이 돼버린다”고 토로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인 한정석(50, 가명) 씨도 화장실 단골손님이다. 평소 밤중에 화장실을 찾는 횟수가 잦은데, 최근에는 열대야로 더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까 걱정이다.
이처럼 배뇨장애 환자들에게는 열대야가 더 괴롭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무더운 밤더위와 수면을 방해하는 빈뇨, 야간뇨 증상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소변 줄기가 감소하는 ‘약뇨’, 배뇨 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주저’, 소변을 본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소변을 자주 본다고 느끼는 ‘빈뇨’,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야간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운 ‘요절박’ 등 증상으로 나타나는 배뇨장애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중년 남성은 ‘전립선 비대증’이 원인
중장년 남성의 경우 전립선 비대증이 배뇨장애의 주 원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질환을 말한다. 문제는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길을 좁아지게 만들어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것.
전립선이 커지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만성질환처럼 여러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원인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이다. 일반적으로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병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빈뇨, 야간뇨 등으로 수면을 방해받기 일쑤”라며 “이렇게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불면증, 주간졸림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나아가 열대야가 시작되면 전립선비대증 증상과 더위로 수면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방광염, 요로결석, 신우신염, 급성전립선염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하면 신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가듯 남성들도 정기적으로 비뇨기과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문제
잠들기 전 화장실에 여러 번 가는 빈뇨, 급박뇨, 야간뇨 등 증상은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신체구조상 요도가 짧아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방광염에 걸리기 쉽고, 감각이 예민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방광염으로 인한 빈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염은 대개 세균에 의한 요로감염으로 발생한다. 빈뇨, 요절박 등 배뇨장애 증상과 통증, 혈뇨, 발열이나 오한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방광염일 경우 일정기간 동안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금방 정상으로 회복된다.
문제는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다.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생활 속 불편을 제외하고는 통증 등 심한 증상이 없어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빈뇨나 야간뇨 증상은 수면방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실시한 ‘야간뇨로 인한 주간졸림 증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야간뇨는 수면방해뿐만 아니라 주간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야간뇨를 겪는 사람들이 수면의 질적 저하로 주간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는 비율이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생명과 직결된 운전 중 졸음을 경험한 비율도 2배나 높았다.
따라서 빈뇨, 야간뇨 증상으로 심한 불편을 느낀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 윤 교수는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하루에 6번~8번 정도 화장실에 가는 것을 정상으로 본다. 이보다 여러 번 가더라도 큰 불편이 없다면 괜찮다. 다만,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에서 깨는 야간뇨나 소변을 봐도 본 것 같지 않은 잔뇨감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으로 인한 빈뇨, 야간뇨에는 주로 과도한 방광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또 생활습관 교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윤 교수는 “과민성 방광 증상에는 되도록 자극적인 음식을 안 드시는 것이 좋다. 또 커피라든지 차 등 배뇨장애를 유발하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줄여야 한다”며 “여성분들도 소변이나 배뇨문제 있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으셔야 한다. 검사도 간단하고 통증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