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헬기’ 수리온(KUH-1)을 개조한 ‘마린온’(MARINEON)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사망했다. 수리온 헬기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17일 오후 4시46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군 6전단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1사단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가 10m 상공에서 추락했다. 사고 헬기는 정비를 받은 후 시험비행을 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했던 6명 중 정조종사 김모(45) 중령, 부조종사 노모(36) 소령, 정비사 김모(26) 중사, 승무원 김모(21) 하사, 박모(20) 상병이 숨졌다. 정비사 김모(42) 상사는 중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의식을 되찾은 상태다.
사고 헬기는 해병대가 지난 1월 인수한 최신 헬기 중 한 대다. 마린온은 최초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에 연료탱크와 통신장치 등을 추가해 개조한 것이다. 해병대가 45년 만에 구축한 자체 항공 전력으로도 주목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2013년 상륙기동헬기 개발에 착수, 함정·해상 환경 비행 성능 검증을 거쳐 지난 2016년 1월 개발을 완료했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마린온 개발 토대가 된) 수리온은 개발 초기 단계, 전력화 초기 단계부터 기체 결함 문제가 굉장히 많이 지적돼 왔다”며 “수리온은 한 40년쯤 된 유럽제 구형 헬기 설계도를 사와서 여기다가 미국제 엔진과 부품, 그리고 국내에서 개발한 부품을 얹은 그런 하이브리드 기체”라고 말했다. 이어 “엔진과 기어박스, 기체 성능 자체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에는 수리온 헬기 8대의 동체 프레임에서 균열이 발견돼 20일간 모든 헬기 운항이 중단됐다. 지난 2015년 1월과 2월에는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엔진 과속 후 정지되는 현상으로 비상 착륙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수리온 4호기가 같은 현상으로 추락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2014년 8월에는 수리온 16호기가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거나 결빙 환경에서 비행 중 표면이 얼어붙고 기체 내부에 빗물이 유입되는 등 결함이 다수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리온의 결함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수리온의 ▲엔진 사고 현황 및 원인 ▲윈드 실드(전방 유리) 파손 현황 등을 보고받았으나 이를 묵인했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수리온 헬기 결함·비리에 대한 감사가 불완전한 배경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꼽았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014년 11월에 출범한)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을 통제할 수 있던 조직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밖에 없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