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현장은 아직도 혼란…"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 달라"

연명의료결정법, 현장은 아직도 혼란…"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 달라"

기사승인 2018-07-18 15:24:51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서 법을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법을 지키고 있는 비율은 현저히 낮습니다.”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허대석 서울의대 내과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해석이 아직까지도 분분한데 어떻게 높은 지지를 얻어 통과했는지 의문이다.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6년 1월 19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도 의료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까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연명의료중단 이행서가 통보된 건수는 총 7845건. 이 중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법의 취지에 맞게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2672건, 34.1%)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38건, 0.5%)로 자신의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한 사례는 총 34.6%에 불과했다.

반면, 가족 2인 또는 가족 전원의 의견을 물어 연명의료여부를 결정한 사례는 총 5135건으로 전체의 65.5%에 달했다.

허 교수는 “국가 전체로 보면 지난 2016년 사망자 약 28만명 가운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그룹은 10~20%에 그치고 나머지 80~90%는 대리결정이었다. 법정 양식을 지킨 10~20% 중에서도 자기결정은 3분의 1뿐이었으며,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공중에 떠있는 상태”라며 “사실상 요양병원 등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법정양식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고, 대형병원이도 외형적으로는 윤리위를 설치하고 있지만 내부지침은 굳이 안 따라도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켜봐야 골치 아프고, 안 지켜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료현장에서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환자와 가족의 문제 ▲의료진의 문제 ▲서식의 문제로 꼽았다.

그는 먼저 환자와 가족의 문제를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자의식이 떨어지는 임종기(말기)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며 “연명의료결정서를 작성하는 현장을 수십 번 봤지만 거의 대부분 가족과 오고 휠체어에 실려 온다. 요양병원 입원을 위해 연명의료결정서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분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문제로는 ‘말기와 임종기 구분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임종기에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허 교수는 의학적으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곳은 없다”며 “환자 상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면서 진행되는데 이를 억지로 구분하려니 의료진간 의견불일치가 많다. 말기와 임종기 구분하는 기준도 세계 어디에도 정의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잡한 서식을 1장으로 줄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 이행을 위해서는 1인당 3~4장의 서식을 작성해야 하며, 가족관계증명서도 발급해야 한다. 여기에 병원 실무담당자의 경우 전산등록까지 마쳐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나라별로 양식 등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장에 모두 포함된다. 이에 반해 우리는 너무도 복잡한 절차에 전산등록까지 해야 한다”며 “이를 다 끝내놓고도 연명의료결정 이행기관으로 입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현재 연명의료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병원은 전산열람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세계적 추세에서는 가족의 범위를 친족관계만 뜻하지 않고 대리인 제도 등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한다”며 “우리도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