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신설법인 설립계획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정규직 노조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사장실 점거를 지속중인 가운데 어렵게 마련한 장기성장 방안이 실행 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24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M이 말한 신규 법인 설립은 지금의 단일 법인을 생산과 연구개발의 2개 법인으로 분리하겠다는 의미"라며 "일단 법인을 쪼갠 뒤 공장 폐쇄나 매각을 하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지엠이 지난 20일 부평공장에 총 5000만달러(약 566억원)를 투자해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신설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품개발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사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노조는 신설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제2의 공장폐쇄 또는 매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한택 한국지엠 지부장은 "기존 디자인센터와 연구소를 따로 떼어내 신설 법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며 "직영정비사업소를 외주화하려는 사측 시도와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 신설 법인만 남겨놓고 나머지 생산기능은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은 조합원들이 가계자금을 융통하려고 신청한 퇴직금 정산금은 주지 않으면서도 팀장 이상 직원 960여명에게는 때아닌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임단협에서 합의한 임원 감축 등 리더쉽 구조 개편이 얼마만큼 진행됐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도 지난 9일부터 부평공장 내 카허 카젬 사장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어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첫발을 떼자마자 위기 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정규직지회 측은 고용부 명령에 따른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하며 사측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사장과 만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국GM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때까지 사장실 점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한국지엠이 노조와의 마찰로 인해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됐다"며 "아직 경영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노사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