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DMZ 지역의 끈질긴 생명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도 원시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파주 평화누리길 일원에서 매화마름, 저어새, 삵 등 각종 멸종위기 생물들이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파주 DMZ 및 평화누리길 일원에서 ‘2018 상반기 생태자원 조사활동’을 벌였다. 주요 조사지점은 파주출판도시에서부터 반구정을 지나 장남교까지 이어지는 파주 평화누리길 4개 코스(6~9코스) 67㎞다.
그 결과 식물은 총 100과 327속 575종이 발견됐다. 이중 희귀식물은 할매밀망, 쥐방울덩굴 등 22종, 특산식물은 벌개미취, 외대으아리 등 13종이 발견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적색목록(국제자연보호연맹이 작성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10종이 포함됐다.
근방의 도시개발로 인해 생태파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희귀종이나 야생화 군락지가 파주 평화누리길 곳곳에서 발견돼 옛날의 풍성했던 생태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평화누리길 6코스(출판도시길) 일원에서 극상림인 서어나무 군락지, 멸종위기종 2급인 매화마름이 최초로 발견됐다.
서어나무의 경우 숲의 천이(遷移) 과정 중 극상의 단계에서 주로 관찰된 있다는 점에서 아직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새들의 천국 DMZ’라는 명성답게 다양한 조류가 이곳에서 발견됐다. 실제로 원앙, 호사도오, 재두루미, 황조롱이 등 9종의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14목 34과 56속 79종 9781개체가 이번 조사에서 파악됐다.
또한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 저어새, 멸종위기 2급인 큰기러기, 재두루미,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붉은배새배 등의 생태도 함께 포착됐다.
포유류는 평화누리길 곳곳에서 고라니, 멧돼지는 물론, 멸종위기 2급인 삵의 서식지 등이 확인됐다. 최상위 포식자인 삵이 발견된 것은 평화누리길 생태계가 건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순택 도 DMZ정책담당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사활동에서도 평화누리길 생태자원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DMZ 및 평화누리길 일원의 생태적 가치를 발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활동은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DMZ 일원 자연환경 생태조사 및 생태도감 제작사업’의 일환이다. 도는 앞서 지난해 연천을 대상으로 조사를 완료했으며, 올해 하반기 파주 평화누리길 일원을 대상으로 생태자원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김포·고양 일원에서 조사를 실시한 뒤 2020년까지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DMZ 생태환경의 조화로운 발전과 평화적 활용방안 모색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의정부=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