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의 한 호프집에서 100여분간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 취업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충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한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이종환씨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종업원을 안 쓰고 가족끼리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봤을 땐 사실상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시민 의견도 이어졌다. 도시락업체 사장 변양희씨는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적용한 이후 사람들이 퇴근을 빨리하다 보니 도시락 배달 주문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사장 정광천씨는 “당장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로단축의 직접적 영향을 받진 않고 있지만 업종별·지역별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구직자 배준씨는 “학비와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구하는데 잘 안 구해진다. 많이 뽑지도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업종별·지역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과거 주 5일 근무제를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호소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어려움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됐다”며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호프집 방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제 호프집에서 만난 배씨는 지난 겨울 시장통에서 소주 3잔 기울인 바로 그 청년이었다”며 “세상이 좁은 것인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기획이 다한 것인지, 문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이런 ‘쇼통(보여주기식)’으로 국민 마음만 가져가려고 하는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청와대 관계자는 청년 구직자 배씨의 참석 관련,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의전(비서관실)이 연락해 참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씨는 어제 행사가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알고서 온 유일한 참석자였다”며 “이전에 만난 국민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