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반쪽짜리 정부 대책,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친절한 쿡기자] 반쪽짜리 정부 대책,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기사승인 2018-07-30 15:34:36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로 11년 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성민이 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울산 북구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이성민(당시 23개월)군이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군 시신에는 학대로 추정되는 상처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어린이집 원장과 그의 남편이 이군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으나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됐습니다. 결국 지난 2008년 원장은 징역 1년6개월, 그의 남편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청원자는 이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장 부부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어린이집을 개원해 영업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청원자는 어린이집에서 반복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이 청원글에는 정부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은 36만명이 서명했습니다.

‘성민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당시 아동학대를 저지른 보육시설 종사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죠.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아동학대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약 2주 전인 지난 18일에도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사망했습니다. 어린이집 CCTV를 분석한 결과 해당 어린이집 교사 김씨가 사망한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죠. 김씨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며 이불을 아이에게 씌우고 위에 올라타 압박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지난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경기 북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1209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5년 416건, 2016년 816건 접수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보육교사들의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년 이상의 대학 교육을 거쳐야만 하는 유치원 교사와는 달리 보육교사는 사이버 교육과 실습만으로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보육교사들의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보육업계는 교사 1명이 담당하는 아동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교사 1명당 담당 보육아동 숫자는 연령별로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까지입니다. 영유아 여러 명을 동시에 돌보느라 극에 달한 보육교사들의 스트레스가 결국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아동학대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 영유아보육법상 아동학대를 한 어린이집은 폐쇄까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생명이 위독하거나 불구가 된 경우가 아니라면 6개월 운영정지가 전부입니다. 

현 제도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보육교사에 대한 교육과정을 재정비하고, 숫자를 충원하는 동시에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겠죠. 매년 반복되는 아동학대.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아동학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고민해 볼 때입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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