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자연재해로… 땡볕 아래 스포츠 경기 어쩌나

폭염도 자연재해로… 땡볕 아래 스포츠 경기 어쩌나

기사승인 2018-08-02 00:10:00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하계 스포츠 종목들의 경기 취소 규정도 재정비가 절실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지난 31일 민생경제법안 TF 회의에서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해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행법상 폭염이 재난에 포함되지 않아 예방, 관리, 위기경보, 긴급구조 대응, 폭염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이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고 브리핑했다.

실제로 올 여름 35도를 훌쩍 뛰어넘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덮으며 각종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폭염은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총 226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로, 8월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환자 수 기록이 연일 경신되는 형국이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역시 이미 최대치를 넘었다.

폭염 안전대책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지자 하계 스포츠 종목들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땡볕 아래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건강·안전 문제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31일(화) 경기가 열리기 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날과 다음날(1일) 경기 개최를 취소해 달라고 KBO측에 요청했다. 아울러 협회는 폭염이 지속될 것을 감안해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추는 방안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폭염주의보는 6~9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나온다. 프로야구 리그 규정에 따르면 경기위원은 당일 폭염주의보 혹은 폭염경보 여부에 따라 심판위원, 경기 관리인과 협의해 경기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퓨처스리그를 제외하고 1군 경기를 폭염 때문에 취소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다. KBO측은 입장권 판매, TV 중계 등의 일정 관리를 이유로 경기를 취소하거나 시간대를 변경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축구 역시 폭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프로축구 규정에 따르면 악천후로 경기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기감독관은 경기 개최 3시간 전까지 경기 개최 중지를 결정할 수 있다. 천재지변, 불가항력, 긴급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홈팀의 요청에 의해 경기일시나 개최지를 변경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국내외 축구 대회에서 우천이나 폭설 등 악천후로 경기가 취소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화산 폭발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등 물리적으로 경기 진행이 불가능할 때 연기된 사례가 있지만 경기장 내 환경 문제로는 시합이 중단되기 힘들다. 지난 1월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선 폭설이 그라운드를 가득 뒤덮었음에도 30분가량 제설작업을 벌인 뒤 경기가 재개된 적이 있다.

폭염이 법적인 자연재해로 인정될 경우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자연재해로 규정된 특정 상황에서 경기를 진행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K리그는 이미 12월 초까지 스케줄이 빽빽하게 짜여있다. 지금 상황에서 연기 혹은 취소가 나오면 칼바람이 매서운 12월 말에 경기를 치러야할 수도 있다. 이건 이거대로 문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관련 규정을 신설, 대책마련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당장 폭염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악천후, 천재지변 등에 대비한 규정들이 이미 있다. 폭염이 자연재해로 인정될 경우 관련 논의를 할 테지만 지금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더위가 심한 날에 한해 경기시간을 늦추는 방식으로 폭염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맹은 구단과 협의 하에 8월 첫째주 K리그 전 경기를 일괄 오후 8시로 미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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