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은 못 입는 프리사이즈…여성 숨통 조이는 ‘코르셋’

66은 못 입는 프리사이즈…여성 숨통 조이는 ‘코르셋’

기사승인 2018-08-15 05:00:00

#“자기 관리 안 하나 보다” “어디 아픈 거 아니냐”

몸매 평가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지난 3일 언론에 포착된 걸그룹 ‘2NE1’ 출신 아이돌 CL(27∙이채린)의 얘기다. 최근 CL은 왕성하게 활동하던 과거에 비해 살이 붙었다. 각종 매체는 ‘CL 맞아? 혹시 XL?’ ‘충격적’ ‘후덕’이라는 자극적이고 무례한 제목을 달아 CL의 사진을 보도했다.

마름은 여성 연예인의 덕목이다. 비단 연예인뿐일까. ‘여성은 날씬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에 만연하다. 기성복과 교복은 작은 사이즈로 여성을 압박한다. 미디어는 ‘여자는 말라야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을 주입시킨다. 사회가 여성들의 ‘코르셋’을 조이고 있다.

▲작은 사이즈로 ‘마름’ 강요하는 기성복

우리나라 여성 기성복은 해외보다 사이즈가 작다. 국내 의류 브랜드 셔츠 ‘S’ 사이즈를 측정해본 결과 ▲가슴 단면은 약 49㎝ ▲총 세로 길이는 약 65.5㎝로 나타났다. 미국 의류 브랜드의 동일 사이즈 셔츠는 ▲단면 약 61㎝ ▲총 세로 길이 약 79㎝였다. 같은 사이즈임에도 미국 브랜드의 셔츠가 단면 12㎝, 총 세로 길이 13.5㎝ 더 컸다.

외국 여성의 체형이 한국 여성보다 크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평균수치 조사업체 어베리지하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여성 평균 키(162.2㎝)와 국내 전체 여성 평균 키(161.1㎝) 차이는 1.1㎝에 불과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여성 의류 사이즈를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7월, 여성환경연대는 31곳의 의류 브랜드를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의복 사이즈는 XXS부터 XXL까지 최대 7단계로 나뉜다. 그러나 국내 브랜드 의복 95.5%는 이 중 3가지 사이즈만 제조하고 있다. 치마의 경우 XL 이상 사이즈가 있는 브랜드는 26개 중 단 2곳(7.7%)였다. 또 여성환경연대는 일부 브랜드의 ‘프리’ 사이즈가 실제로는 S와 M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교복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산업표준(KS)에 따르면 키 160㎝인 한국 여성 청소년은 보통 88사이즈의 교복 상의를 입는다. 88사이즈 교복을 재본 결과 ▲가슴 단면은 약 37㎝ ▲총 세로 길이는 약 49㎝ ▲겨드랑이~밑단 길이는 약 25㎝였다. 이는 우리나라 8세 아동복과 크기가 비슷하다. 심지어 총 세로 길이와 겨드랑이~밑단 길이는 교복이 8세 아동복보다 각각 4㎝, 11㎝ 짧았다. 

여학생들은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경기도 안양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17)양은 작은 교복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양은 “쉬는 시간, 잠깐 시간을 내 엎드려 잠을 청하려 해도 옷이 너무 조여서 힘들다”며 “점심을 먹고 나면 옷이 더 여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팔을 들어 올리면 배가 훤히 드러나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오모(18)양은 “조이는 교복은 가슴을 부각시킨다”며 “학교에서 갑자기 교복 단추가 풀어져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던 적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미용 몸무게 표’는 어디서 왔나

온라인상에서는 ‘미용 몸무게’라는 정체불명의 기준이 횡행한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미용 몸무게 표’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관련 게시글을 찾을 수 있다. 이 표에 의하면 키가 173㎝인 여성의 미용 몸무게는 55.4kg이다. 그러나 여성이 25세라고 가정했을 때 해당 조건으로 BMI(체질량) 지수를 계산해보면 위 몸무게는 저체중에 해당한다. 미용 몸무게 표 관련 게시글에는 “나는 미용 몸무게가 아니네. 다이어트 해야겠다” “나는 5kg이나 더 나간다. 절망적이다” 등 체중 감량을 하겠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연예인들의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이 여과 없이 소개된다. 하루에 3숟가락만 먹는 ‘3숟가락 다이어트’, 5일 동안 물만 마시는 ‘물 다이어트’ 등이다. 또 아이돌의 이름이 들어간  ’○○ 다이어트’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은 아이돌 그룹 등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14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중고생의 체중감소 시도율(최근 30일)은 여학생이 절반에 가까운 45.1%에 달했다. 남학생은 23.1%에 머물렀다. 또한 자신이 실제보다 살찐 편이라고 인식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도 여학생은 18.8%로 13.4%를 기록한 남학생보다 높았다. 

▲ 위염, 골다공증, 빈혈 시달리는 한국 젊은 여성…시민단체 “의류 사이즈 더 다양해져야”

무리한 다이어트는 젊은 여성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20대 여성 16%가 저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대 여성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위염 환자가 2.2배 더 많았다고 발표했다. 또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불규칙한 식습관은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에 다이어트를 할 경우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최문섭 성형외과 전문의는 “폭염에 극단적 다이어트를 할 경우 전해질 섭취를 막아 탈수를 유발하고 열사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는 의류 사이즈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여성의 몸에 대한 기준이 획일적”이라며 매장 내 배치되는 의류의 사이즈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중매체는 다양한 체형을 가진 남성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며 “마름과 아름다움을 동일시하는 잘못된 사회 고정관념을 바로잡기 위해 미디어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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