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당,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의혹에는 왜 침묵하나

[친절한 쿡기자] 한국당,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의혹에는 왜 침묵하나

한국당,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의혹에는 왜 침묵하나

기사승인 2018-08-20 11:14:50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 자신의 잘못은 너그럽게 보지만, 같은 상황에서 일어난 타인의 잘못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나는 옳지만 타인은 옳지 않다는 이중적인 잣대를 뜻하기도 하죠. 최근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 여론조작 관련,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는 허익범 특별검사(특검)팀에게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댓글 조작 조직을 운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9일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개발 경위에 대해 “한나라당 측 인사로부터 ‘댓글 기계’에 대한 정보를 듣고 우리도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며 “당시 한나라당 측이 댓글 기계 200대를 약 10억원의 비용으로 사들였다. 조직폭력배 등에게 이를 맡겨 운영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5월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언급했던 의혹보다 구체적인 진술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당의 또 다른 전신인 새누리당도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매크로를 이용, SNS인 트위터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론에 따르면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외곽조직이었던 서강바른포럼 등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미화하는 글을 리트윗(RT) 방식으로 퍼다 날랐습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확산시키기도 했죠. 대선 전날인 2012년 12월18일에는 무려 30만건 이상의 트윗을 유포했습니다. 서강대학교 신입생과 재학생 명의로 SNS 계정을 만들어 댓글 조작에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한국당은 댓글 조작·매크로 의혹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나는 몰랐던 일”이라며 입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한나라당 매크로 의혹에 대해 “쌍팔년도 이야기를 들고 와서 드루킹 특검을 물타기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댓글 여론 조작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잊힐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론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지도자가 바뀝니다. 여론에 의해 정책 추진력이 달라지는 공당이 직접 여론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은 엄중히 다뤄야 할 사안입니다. 

또한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와 외곽 조직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매크로 실무를 담당했던 일부 인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비서관실로 입성한 사실이 알려졌죠.  

지난 5월,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 실시를 위해 9일간 단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단식을 시작하며 “대선 전, 댓글 조작으로 국민 여론을 조작한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어떤 경우에든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댓글조작 의혹도 철저히 규명돼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경우에든 말이죠.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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