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이야,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어머니!”
4살 아들은 70대 노인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피난길에 놓쳐버린 아들과 67년만에 상봉한 이금섬(92·여)씨. 그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온몸으로 끌어안았습니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두 사람은 맞잡은 서로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제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는 오는 26일까지 열립니다. 남측 방문단은 총 89명입니다. 이씨처럼 부모와 자식 간 상봉은 7가족에 불과합니다. 사촌이나 조카 등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척을 만나는 이산 가족들이 대다수죠. 3촌 이상 가족을 만나는 이들이 42명(45.2%)으로 가장 많습니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산가족 생존자 중 연간 4000명 정도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90세 이상이 37.1%(33명)이고, 80~89세는 49.4%(44명) 등으로 80세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70~79세는 13.5%(12명)입니다.
현재 대면 상봉 규모는 한 회에 불과 100명. 지난 2017년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2603명 가운데 생존자는 5만7059명입니다. 연간 100명씩 대면 상봉을 한다면 57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마저도 북한이 이산가족 자료 미비, 추적의 어려움을 들어 상봉 규모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또 상봉 행사가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2015년 10월 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열렸으나 이듬해 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상봉 행사가 2년 10개월 동안 끊겼습니다. 이산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했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 이산가족들의 바람은 크지 않습니다. 상봉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북측 가족의 소식을 듣는 이는 많지 않죠.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대다수는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암암리에 중국과 일본 등 브로커들을 통해 서신교환을 하는 방법을 찾아도 문제입니다. 수수료가 들어가는 데다 헤어진 가족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꼭 만날 날이 오겠지. 정말 꿈같다. 잘 있거라” 장사인(78)씨가 지난 2008년 중국을 거쳐 형에게서 받은 편지입니다. 장씨 형은 6.25 전쟁 당시 국군포로로 납북됐습니다. 수백번 곱씹어 봤을 편지.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의 육필(肉筆)에 장씨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형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죠.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3년 장씨는 형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정례화 또는 화상상봉, 서신교환을 늘리는 등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남과 북의 담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