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류 광고의 방송 제한 시간대를 청소년이 시청하는 시간대로 확대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음주는 건강 전반에 위해를 끼쳐 질병발생 위험을 높이는 개인적 문제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미치는 등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따르면 질병의 경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할 때 하루 50g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암 발생 위험은 2~3배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고, 헤로인·코카인 등 20개 약물의 위험성에 관한 전문가 조사에서는 알코올이 타인에게 끼치는 폐해의 점수가 46점으로 헤로인(21점), 크랙코카인(17점) 등 마약류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황은 심각하지만 드라마 및 예능프로그램의 음주 장면은 거의 매 편당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미디어 속 음주장면 방영실태 및 개선방안’(김동영)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총 41편, 845회차)에 등장하는 음주 장면은 715회, 편당 음주 장면 방영 횟수는 0.8회로 거의 매 편당 음주 장면이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또 전체 음주 장면의 32.4%가 원샷을 하거나, 폭탄주를 마시는 등 폭음을 하는 모습이고, 술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35.2%에 달했다.
문제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고, 특히 청소년의 경우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호기심이 높아 성인에 비해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많이 노출될수록 음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형성돼 음주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에서 발간한 ‘주료광고가 비음주경험 청소년의 음주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디어 속 주류광고나 주류 마케팅 등의 노출은 음주 경험이 없는 청소년의 음주 시작을 앞당기고,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음주량을 증가시키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선 방안으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모니터링 및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며, 가이드라인을 음주장면에 대한 모니터링 기준으로 활용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언론 등을 통해 보도해 음주장면 실태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현재 주류광고는 청소년 보호시간대인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 TV송출이 금지돼 있지만 청소년이 TV를 시청하는 시간대가 주로 저녁 8시부터 12시 사이임을 감안할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광고 차단효과가 부분적이기 때문에 현행 청소년 보호를 위한 주류광고 방송제한 시간대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쇼미더머니’의 경우 오후 11시에 방송됐고,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고등래퍼’, ‘프로듀서 48’ 역시 오후 11시부터 방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류광고의 청소년 보호시간대를 벗어난다.
한편 대한간암학회 연구에 다르면 매일 소주 2잔(20g, 20도 기준)이상의 음주를 할 경우 간암발생률이 1.33배, 간암 사망률은 1.1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환 관련 사망률은 3.22배 증가했다.
박중원 대한간암학회 이사장은 “최근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어릴 때 술을 접할수록 술과 관련된 질환의 발생률이 분명히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와 반대로 한국은 어릴 때 술 마시는 것에 너그럽다. 부모님께 배우는 음주는 괜찮다는 인식이 있다. 이렇게까지 청소년 음주에 관대한 나라는 드물다”고 우려를 밝힌 바 있다.